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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마리아가 만삭의 몸을 끌고 요셉과 함께 이스라엘의 북쪽 마을 나자렛을 떠나 베틀레헴까지 장거리 여행을 한 것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인구조사 칙령 때문이었습니다. 식민지 백성 요셉과 마리아는 로마 황제의 막강한 군대가 시키는 대로 본적지로 가서 신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대의 제왕들은 백성들의 호구 조사를 통해 세금 징수의 기반을 만들고 병역 의무를 부과하며 통치권을 행사하였습니다. 로마 제국은 군사력으로 식민지를 장악하고 식민지 백성들에게 부과한 세금으로 그 군대를 유지하고, 전쟁을 통해 또 다른 나라를 점령하여 제국을 계속 강화하고 확장해나갔습니다. 군대와 전쟁은 제국 성장의 필수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군대로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고 수탈과 억압의 역사를 반복하던 고대의 제국들은 모두 멸망하였습니다.


  제국의 메카니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게 작동합니다. 20세기 들어와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계1차 대전을 시작한 것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었고, 나치의 제3제국과 일본 제국은 세계2차 대전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제국의 권력과 부를 확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지만, 수천만의 인명을 살상하고 곳곳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와 잿더미만 남긴 채 제국은 사라져갔습니다. 이후 한동안 이어지던 동서 냉전 시대는 미국을 필적할 초강국 소연방이 해체되어 사라지니, 이제야 정말 평화의 시대가 오는구나 하며 많은 이들이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던 평화는 좀처럼 오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냉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군비를 계속 확장하고 여러 동맹국에 끊임없이 새로이 개발한 고가의 첨단무기 구입을 유도하고 분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반도 북쪽에서는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되풀이하고, 이에 맞서는 남측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엄청난 화력을 총동원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계속함으로써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냉전 시대 이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은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하며 엄청난 무력을 동원하여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가공할 파괴력을 과시하였지만, 베트남 전쟁, 쿠웨이트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 어디서도 온전한 승리를 거두거나 평화를 실현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직 무고한 민간인 노약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젊은 군인들의 전사가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쟁들은 오로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자국의 군수산업을 성장시키는 돈벌이 수단이었고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발판이었습니다.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에는 무력의 대치만이 아니라 서로를 위협하는 언어의 난무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선제공격을 불사하는 국가 지도자들의 절제 없는 표현은 실제로 전쟁 가능성을 고조시키는 위기감을 크게 조장하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언어는 상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미움과 대결을 증폭시킬 뿐입니다. 미움이 축적되고 싸우려는 의지가 굳어지면 충돌이 일어납니다. 세계의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지금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은 한 세대 전, 또는 그 이전의 세대로 되돌아갈 것이고, 북한은 한국전쟁 중 겪었던 ‘완전한 파괴’를 또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전쟁은 역사 속에서 인간이 저질러 온 최대의 죄악입니다.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최고의 악입니다. 국가 지도자들은 상대측을 악마로 매도하기 전에, 자신들 안의 미움과 폭력을 부채질하는 악의 군대를 먼저 몰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 어느 때보다도 하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계신 가장 작고 힘없는 갓난아기 예수를 둘러싸고 그분의 영광을 노래하던 수많은 하늘의 군대를 오늘 이 시대에도 보내주시도록 소리 높여 외쳐야 하겠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미움과 폭력을 부추기는 악의 군대를 몰아내고 참 평화를 이루는 하늘의 군대를 파견해 주시도록 우리는 오늘 한 목소리로 하느님 아버지께 부르짖어야 하겠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2017년 성탄절에
                                                                                              천주교 제주 교구 감목
                                                                                                                     강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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