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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주 예수님께서 온 세상과 가정을 당신의 영광으로 비추어주시기를 축원합니다!


주 예수님은 세상의 불의와 폭력에 짓밟혀 잠시 죽음의 포로가 되셨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예수님을 어둠의 세력에서 완전히 해방시켜주시고 죽음의 권세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새로운 생명의 옷을 입게 해주셨습니다. 세상 모두에게 버림받고 짓밟힌 노예의 자리에서 일찍이 어떤 임금도 누리지 못한 영광의 옥좌로 들어 올려주셨습니다. 


오늘 주님 부활의 영광을 노래하며, 70년 전 이 땅에서 버림받고 짓밟힌 수많은 4·3 희생자들을 주 예수님께서 당신 영광 안에 마중해주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70년 전 제주의 시민들은 조국 해방의 기쁨을 맛본 것은 잠시뿐, 곧 좌우 이념 충돌과 세계열강의 냉전적 대결의 포로가 되고 반인륜적 폭력의 먹잇감이 되어 온갖 고통과 참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제라도 4·3의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고통이 온 국민에게 알려져 불의한 국가의 폭력에 대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을 참회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들이 겪은 부조리한 희생과 죽음이 결코 무의미하고 가치 없는 비극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가해자들의 폭력을 대신 사죄하여야 하겠습니다.


70년의 세월은 헛되고 쓸모없는 시간낭비가 아니었습니다. 반세기를 침묵해야 했던 제주인들이 4·3을 밝은 곳에서 마음 놓고 이야기하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진상규명과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가도 더 이상 4·3을 말하는 이들을 단죄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이제 해마다 4·3을 국가추념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무의미하기만 한 것 같았던 4·3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보호받는 참된 민주주의 세상의 동력이었습니다. 4·3의 비극을 통하여 우리는 역으로 국가의 권위를 능가하는 인간 생명의 존엄과 숭고함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4·3은 역사의 우연한 파편이 아니라, 4·19, 5·18,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이 나라 민주화 여정의 서막이었습니다. 이제 2018년 봄 우리는 촛불의 열기로 새롭게 개정하려는 헌법 초안에서 ‘국민’이라는 단어가 ‘사람’으로 바뀌었음을 보고 기쁨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현대사에서 오랫동안 국민은 국가에 종속되고, 국민은 자신보다 국가를 우선하고 섬겨야 하는 아랫자리 사람으로 인지하며 살아왔습니다. 때문에 많은 권력자들이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을 마음대로 억누르면서도 정당성을 누렸습니다. 이제 개정될 헌법에 국민이 사람으로 불린다는 것은 권력자와 통치권자도 국가의 이름으로 함부로 사람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존엄하고 숭고한 자유와 권리를 재단해서는 안 되는 시대로 진입함을 의미합니다. 


인간 기본권의 주체가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뀐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존엄과 행복, 평등과 자유의 주체가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별과 나이, 민족과 국적이 어떻든 아무 차별도 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금수저도 흙수저도, 탈북민도 이주민도 난민도 같은 사람으로 동등한 권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 나라가 사람 사는 나라다워집니다. 그래야 우리 주 예수님이 세우고 완성하시려던 하느님의 나라에 가까워집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 예수님은 제자들이 빈 무덤에서 당신을 찾지 말고 갈릴래아에서 만나자고 초대하십니다. 갈릴래아에는 아직 차별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예수님은 그런 이들에게 제자들이 달려가서 해방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온갖 속박과 죄의 굴레를 깨트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사명을 당부하십니다. 우리도 오늘의 갈릴래아로 서둘러 떠나라고 일깨우십니다. 거기서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뵈올 것입니다. 


주 예수님의 축복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2018.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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