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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제주의 교형자매 여러분,


  친애하는 제주의 교형자매 여러분,
최근 우리 제주도민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도민들 사이에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그 사이에서 과연 어느 쪽이 바른 선택인지를 확신하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이들은 해군기지 유치를 통하여 국가의 안보적, 전략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경제적 가치 증대가 가능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또 반대하는 이들은 이러한 가치가 실현될 가능성이 보장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기지 유치를 통하여 환경의 파괴와 평화의 섬 이미지 손상과 윤리적 폐해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다 제주도의 발전과 도민의 행복을 기원하며 좋은 뜻에서 출발하고 있음도 사실입니다.

 


  여기서 과연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식별하기 위하여, 저는 교회가 제시하여 온 원칙과 가르침을 여러분 모두에게 알려드려야 할 책무를 느끼며, 다음과 같은 점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교회는 전통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가르쳐왔으며 이를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습니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은 재앙이고 결코 국가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길이 아니며, 지금껏 한번도 그러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결코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하여 왔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97)



  둘째, 교회는 부당하고 불의한 침략행위에 대하여 국가의 지도자들이 무력을 사용할 권리를 인정해 왔습니다. “정당방위는 권리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중대한 임무가 될 수 있다. 공동선을 지키려면 불의한 공격자가 해악을 끼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책임에 맡겨진 시민공동체를 해치는 공격자들을 물리치는 데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65)
  그러나 이어서 무력을 통한 정당방위는 엄격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때에만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09)



  셋째, 교회는 가공할 파괴력의 현대무기가 무고한 수많은 민간인의 인명살상의 도구가 되기에 “균형있고 절도있는 전반적인 군비 축소(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국제연합 창설 40주년 기념 메시지, 1985. 10. 18)를 제안해 왔습니다. 그리고 국가간의 무력경쟁과 “엄청난 양의 무기 증가는 안전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교황청 정의평화 평의회, [국제무기매매. 윤리적 고찰] 제1장 9-11항, 바티칸 1994)



  넷째, 또 교회는 무력 증강이 결코 평화의 보증이 될 수 없음을 역설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기의 비축을 가상의 적에게 전쟁을 단념하도록 하는 역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을 국가들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효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같은 전쟁억제수단과 관련하여 막중한 도덕적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 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 과잉군비는 분쟁의 원인을 증가시키고, 분쟁이 확산될 위험을 증대시킨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15)


  “전쟁 억지책이 어떠하든, 상당히 많은 국가들이 보호책으로 삼는 군비경쟁은 평화를 확고히 유지하는 안전한 길이 아니며 또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균형도 확실하고 진실한 평화가 아니라는 확신을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한다. 군비 경쟁으로 전쟁의 원인들이 제거되는커녕 오히려 점차 증대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신무기의 군비에 엄청난 재화를 소모하고 있는 동안에는 오늘날 전세계의 수많은 불행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 마련될 수 없다. 국제분쟁이 진정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러한 걸림돌을 없애고 짓누르는 불안에서 세계를 해방시켜 참평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 개혁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거듭 선언하여야 한다. 군비 경쟁은 인류의 극심한 역병이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군비 경쟁이 계속된다면 그 수단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가공할 온갖 재앙을 언젠가는 일으키고 말리라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여야 한다.

인류가 가능하게 만든 재앙을 깨닫고, 위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유예기간을 기꺼이 활용하여, 우리 자신의 책임을 더 깊이 깨달아, 우리으 분쟁들을 더욱 인간다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사목헌장 81)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은 과거 2000년의 삶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보며 얻은 지혜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교회의 이 가르침과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합니다.

 

이미 인류는 과거의 이념적 갈등이 빚어낸 냉전체제의 덫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통신수단과 교통수단의 급격한 발전과 시장 자유화의 흐름은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갈수록 서로 연결된 공동운명체로 엮어가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체제가 만들어내는 양극화 현상의 부작용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갈수록 여러나라들이 동맹관계와 무역협정을 맺으려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관계 속에 함께 성장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의 갈등관계 속에서도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압박보다는 인내와 대화를 통한 협상이 서로가 함께 승리할 수 있는 길임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는 한반도에서도 특별한 역사적 배경과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59년 전 4·3사건으로 무고한 생명 3만명이 무참히 학살된 땅입니다. 그 대부분은 좌가 무엇인지 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순박한 농민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좌우의 이념은 들어보지도 못한 남의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이 무고한 생명들을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과 무지한 공권력이 끝없이 짓밟았습니다. 한반도 역사상 이만큼 부조리하고 이만큼 억울한 죽음이 연출된 적이 없습니다. 제주의 땅은 그들이 흘린 피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주의 땅은 그들의 희생을 거름으로 참된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어떤 이유로든 인간들이 형제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나 무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땅으로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그렇게 하지 못하면 4·3에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진 분들의 희생은 정말 보상받을 길이 없어집니다.

 

 

  평화는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참 평화는 십자가에서 당신 생명을 내놓으신 그분만이 주실 수 있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 27) 그분 안에 머무를 때 비로소 우리는 참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야 2, 4)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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