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우일주교 '평화방송 라디오 -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

by 사무처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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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제주교구장,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평화방송, 다양한 프로그램 시도로 신자.비신자 모두에게 복음 선포 힘써" 

"이념과 생각 달라도 인간 존엄성 가져야 해" 

"프란치스코 교종 '순교자들의 후예인 여러분 미지근하게 살지 말라' 당부" 

"우리 사회 1년 달라진 것 없어...희생자 가족들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 

"'성완종 리스트' 장기화되면 우리나라 앞이 어둡다 생각" 

"국민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빨리 조사해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정치 발전 있을 수 있어" 



[발언전문] 

앞서 예고해드린대로 오늘은 평화방송 라디오 개국 25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와 교회가 처한 현실을 진단해보고 바람직한 방향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 연결합니다. 

▷주교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먼저 청취자와 신자 여러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벌써 개국한지 25년이 지났다니 참 놀랍네요. 방송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거쳐가신 모든 분들, 수고하신 모든 분들 기억하고.. 제가 잘 기억되는 게 평방 초기부터 굉장히 애쓰셨던 김옥균 주교님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하여튼 김 주교님 비롯해서 거쳐가신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평방을 사랑해주신 모든 청취자들이 계셨기 때문에 오늘날 전국으로, 전국 각 교구 지역으로 방송이 확대된 것 같고 여러가지로 복음적인 메시지가 전파되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은 종북이나 꼴통보수란 이름으로, 미움과 증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듯 합니다. 주교님께서는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좌.우, 진보. 보수 모두에 적의와 대결의 갑옷을 벗자고 호소하셨는데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대결의 갑옷을 벗어 던질 수 있을까요? 

▶저는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달라도 인간으로서는 서로가, 상대가 지니고 있는 인간 존엄에 대해서, 존엄함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념이나 사상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서 많이 변하고.. 예를 들어서 옛날 조선시대에는 양반들 눈에는 유학, 주자학을 공부하지 못한 사람은 인간으로서도 아주 천하고 하등인간으로 취급을 했었거든요. 

근데 지금와서는 그런 인식이 얼마나 편협한,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모두가 알게되었죠. 그래서 우리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이념 성향이 달라도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이 하느님이 창조하셔서 세상에 나왔고 하루하루 하느님의 자비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끊임없이 상기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느님이 어여삐 여기셔서 세상에 보내시고 또 그 사람의 죄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구원하시려고 하는데 우리가 뭔데 사람을 근원적으로 판단하고 단죄하고 이런 것은 우리가 하지 말아야 되지 않을까.. 물론 서로 의견이 다른데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토론하고 공방을 주고 받을 수 있겠습니다만 저 사람은 좌다, 저 사람은 우다.. 원천적으로 아주 인간 전체를 배척하고 공격하고 몰아내려는 자세는 이건 굉장히 비복음적이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과 밀양 송전탑 건설, 핵 발전소 확대 건설 등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사안마다 주교님을 비롯해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정의평화위원회가 강력한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걸 보고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 아니냐, 심지어 교회 내부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런 비판과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많은 분들이 이런 걱정과 염려를 하시는데 그리스도교,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더 많은 분들이 새롭게 다시 고민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은 하느님이 하늘 높은 데서 절대적인 권능과 영광을 누리고 내려다보고 계시는 그런 분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라는 분은 우리가 받은 계시의 하느님은 근본적으로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와 현실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시고 개입해들어오시는 분입니다. 

특별히 고통 중에 괴로워하고 신음하는 작은 보잘것 없는 이들을 그냥 버려두실 수 없는 분입니다. 그래서 구약성서에 보시면 이집트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소용돌이, 억압과 갈등.. 이런 것이 싫어서 조용한 데로 어떤 의미로 피신한 모세에게 하느님께서는 이집트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가서 억압자인 파라오로부터 종살이하는 동포를 구해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리고 후대에도 이스라엘에서 그런 여러가지 정치적인 소용돌이, 권력자와 힘있는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을 억압하고 수탈하고 못살게 굴었을 때 그때마다 하느님이 예언자를 파견하시고 꾸짖으시고 경고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이런 오랜 구약시대의 긴 역사 속에서 예언자들의 의식과 전통을 이어받으신 분입니다. 예수님도 성전에 들어가셔서 상인들 내쫓으시고 한바탕 난동을 부리지 않으셨습니까? 

예수님은 그때 거기서 장사하던 상인들만 꾸짖으신 것이 아닙니다. 그때에 사실은 예수님은 성전에서 그런 일을 하셨다는 것은 백성들은 힘들어하고 신음하고 있는데 그런 세상 현실에는 무관심하고 그냥 성전 돌로 만든 성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 제사 지내는 일에만 관심을 두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향해서 채찍을 휘두르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예수님 그것 때문에 국가사범으로 고발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히시지 않았습니까? 오늘의 교회도 백성들의 고통과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그냥 우리가 제사 지내는 일에만 만족한다면 예수님은 오늘의 우리를 향해서 채찍을 휘두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의 여러 사제들이, 아니면 정평위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문제들은 다 인간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국가 권위라고 하더라도 인간 생명의 근본을 흔드는, 위태롭게 하는 모험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경고와 외침을 계속해왔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교회가 무엇인가를 많은 분들이 좀 새롭게 이해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난해 8월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을 잊지 못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교황 방한 이후 우리 교회의 모습을 진단해보면 어떻습니까? 교황님께서는 '기억의 지킴이'가 돼 달라는 당부도 하셨고, '가난한 교회','야전 병원'과 같은 교회가 돼야 한다고도 강조하셨는데요, 한국 교회가 그런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지난 3월에 로마에서 저희 주교단이 프란치스코 교종님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그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우리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124위 시복 감사 미사를 드렸을 때 그때 오셔서 미사는 같이 지내지 않으셨는데 미사 전에 우리에게 20분동안 즉석 강론을 해주셨습니다. 그때 우리에게 당부하신 것이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후예다.. 그래서 순교자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신앙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삶을 살았는지 기억하라고 해주셨습니다. 제발 순교자들의 후예인 여러분들은 미지근하게 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세상과 타협하는, 그런 안일한 신앙생활에 주저 앉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웰빙에 매몰되지 말라.. 이 말씀은 지난 8월에 한국에 오셨을 때 작년 8월에 첫째날 주교단과 만났었을때 몇 차례 되풀이해서 강조하신 내용이거든요. 종교적인 웰빙에 파묻혀 살지 말라.. 종교적인 웰빙이 무엇인가하면 우리가 살아온 어떤 편안하고 안락한 수준, 리듬이 방해받지 않는 범위에서 조용하고 그냥 편안한 신앙생활 하는 것. 이런 데에 주저앉아 있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런 종교적인 웰빙을 과감하게 벗어나고 그러면서 좀더 복음적으로 살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것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자세, 이것을 지양하라.. 그래서 이런 교종님의 당부와 요청에 부응하려면 한국 교회는 정말 다시 한번 우리 자세를 가다듬고 이렇게 종교적인 웰빙에 주저앉아 있지 말고 우리 스스로를 다시 성찰하고 채찍질하는 그런 용기를 내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일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난 1년간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오는데요. 주교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그 지난 3월에 교종님 방문했을 때 그때 저희에게 던지신 제일 첫번째 질문이 '세월호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말씀이었습니다. 그때 그 질문에 대해서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한국 정부가 세월호 진상을 조사한다고 하면서 조사위원회 조직은 구성이 됐는데 실제로 조사는 지금 전혀 한 발자국도 진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밖에 답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교황님 앞에서 참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더이상 어떻게 그렇다고 교황님한테 우리 사정을 자세하게 드릴, 말씀 드릴 수도 없었고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때 교황님께서는 당신이 세월호 가족들과 만났을 때 그들의 아픔, 너무나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당신이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난 1년간 왜 달라지지 못한 걸까요? 

▶유가족들, 가족들,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이라고 할까? 그들이 지내온 하루하루에 대한 공감을 우리 백성들이, 정부가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가족분들 생각하면 지난 1년동안 제가 알기로도 참 일도 제대로 손도 잡히지도 않고 밤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그냥 허공에 뜬 듯이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오셨고 최근에는 세월호 특별 조사위의 독립성과 어떤 의미로 진실규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거의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전국에서 발표도 하니까 이 분들이 지금 삭발을 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말 이런 데 대한 그 분들의.. 오죽하면 나오겠는가.. 이분들이 지난 1년동안 정말 자식들을, 가족을 비명횡사하게 하고 거기에 대한 진상을 전혀 왜 그렇게 됐는지 진상을 전혀 규명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정말 너무 고통스러운거죠. 그 고통의 우리가 조금이라도 동참하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가지면 이렇게까지 이게 장기적으로 표류하지 않았을텐데.. 참 그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절망의 슬픔으로 탄식하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더러는 과연 하느님이 우리의 희망, 우리의 빛이신가?, 왜 이런 고통을 안겨다 주시는가?하고 회의와 좌절감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어떻게해야 이 슬픔을 극복하고 희망의 빛으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근데 저는 고통은 하느님이 안겨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우리 자신의 불의와 부패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무관심, 방조.. 자꾸 또 기억의 상실. 이것이 우리들의 희망을 차단해온 것이 아닌가.. 세월호 참사 후에 몇달 안가서 어떤 사람들은 과거 얘기 그만하고 민생 문제 좀 대처하자.. 이런 말들을 했는데 진상규명이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지금쯤은 희망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근데 이런 것과는 거꾸로 가는 그런 정국 시책과 행동에 대해서 지금 유가족들, 가족들은 절망하고 있는 것이죠.

근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쉽게 아직 희망을 얘기할 때는 아닌 것 같이 생각됩니다. 어떤 의미로 이렇게 정말 악몽에 시달리면서 울분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의 슬픔과 분노와 울화를 조금이라도 같이 이렇게 함께 아파하고 연대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좌절을 이길 수 있는 첫 발자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보면, 경제적으로는 소득 불평등과 차별로 인해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구요. 젊은이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연애와 결혼, 출산, 일자리와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이른바 5포 세대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로 잡아야 이런 현실적인 고통과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소득의 양극화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밝히고 있습니다만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이 세계화되면서 심화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라는 게 결국은 국가간의 관세 칸막이를 허물어버리고 모든 재화를 시장의 자유 경쟁 체제에 맡기면 시장이 알아서 다 조절해주고 경제를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해준다는 이론인데.. 근데 그런 이론이 이제와서는 세계 경제학의 석학들도 그 이론이 잘못됐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베네딕토 16세, 지금 현 교종 프란치스코께서도 분명하게 신자유주의의 폐단에 대해서 비판해오셨습니다. 

시장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마치 빗물이 그릇에 넘쳐서 아래로 떨어지듯이 시장에서 만들어지 재화가 자연히 아래 서민 계층으로 떨어져내려갈 것이라는 소위 낙수효과는 현실에서는 사실 한 번도 증명된 적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정부는 그런 경제 개념으로 거대 자본을 운영하는 대기업을 먼저 살찌워야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헤택을 볼 수 있다..는 그런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이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국가의 정책 입안자 분들이 좀 발상의 전환을 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국민적 의혹으로 불거져있고요 의혹의 당사자분들은 단 한푼도 받은 적 부인하고 국정의 동력이 걱정하는 그런 여당 내부의 시각도 있고요 이런 파문 보시면서 어떤 걱정과 우려를 좀 해보십니까? 

▶글쎄요.. 우선 하여튼 이런 사태가 길게 또 장기화, 표류되면 우리나라가 너무 앞이 참 어둡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래서 하루 빨리 국정을 책임진 분들은 이게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빨리 조사를 개시해서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좀더 한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이 정치인들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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