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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예수 부활 교구장 대축일 메시지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주 예수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님은 온 세상을 압도하던 어둠의 권세와 죽음의 세력을 쳐부수시고 승리하시며 새로운 생명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본디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는 높고 두터운 장벽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예수님 무덤 입구를 막았던 큰 돌은 이 죽음과 생명 사이의 높고 두터운 장벽을 상징합니다. 여인들은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 내 줄까요?’ 하며 걱정하였습니다. 여인들만의 힘으로 움직이기에는 너무나 큰 돌이었고 남자 제자들은 모두 도망가고 없기에 그들은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돌을 치운 것은 여인들도 다른 제자들도 아니었습니다. 생명과 죽음 사이의 장벽을 치운 것은 주님이셨습니다. 주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근심 걱정에 짓눌리며 살아갑니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들이 무척이나 높고 힘겹습니다.

우리는 건강을 생각하며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합니다.
우리가 진 빚을, 가족 병원비를 어떻게 갚을까 걱정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되면 내 집을 장만할까 한숨 쉬며 걱정합니다.
우리는 금년엔 밭의 농작물 값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합니다.
우리는 직장을 그만둔 후에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합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직장을 못 구하고 가족들 앞에 면목없어 걱정합니다.
우리는 배우자와 뜻이 맞지 않고 정이 메말라버려 걱정합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그릇된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우리는 경쟁 대열에서 뒤처지고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우리가 이 모든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이 상처받고 훼손되고 고통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하고 내일이 잘 보이지 않아 어둡기 때문입니다. 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어둠 때문에 아담도 하와도 하느님께서 따먹지 말라는 과일을 따먹고 죄를 지었습니다. 생명과 모든 존재를 창조하고 안배하시는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자신들이 스스로 생명의 열쇠를 차지하려고 한 것이 원조들의 죄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줄곧 죄의 지배를 받아왔고 죄는 갈수록 더 사람들을 하느님과 단절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죄의 지배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생명을 송두리째 내놓으시면서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따르셨습니다. 십자가 죽음에 대한 불안과 어둠을 정면으로 대적하며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죽기까지 신뢰하고 순명하셨습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예수께 새로운 생명을 주셨습니다. 더 이상 누구도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받아들이심으로써 죽음을 뛰어넘고 새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셨습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이미 세상 누구도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확보해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우리를 위해 확보해 놓으신 새로운 생명은 노쇠하지도 병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집에는 머물 곳도 많고, 주님이 베푸시는 잔치에는 먹을 것도 많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경쟁 대열에서 밀어내거나 쫓아내지도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나라에는 미움도 없고 차별도 없고 오직 사랑과 위로가 넘칠 것입니다.

주님의 집에는 사랑받지 못해 눈물 흘리는 이 없을 것이고 사랑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괴로움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의 나라에는 아무도 착취당하거나 폭행당할 일이 없을 것이고, 사기를 당하거나 억울한 모략에 희생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를 아끼고 존경하고 사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우리의 옛 인간을 십자가에 못박아 죄의 지배를 받는 몸을 소멸시키고, 죄의 종노릇을 중단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분이 확보해 놓으신 새로운 생명의 자녀들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로마 6, 6-8)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새로운 생명의 자녀들이 어둠의 자식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 1)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콜로 3, 2)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했던 악마는 오늘도 여전히 세상의 부귀영화를 보여주며 우리가 그 앞에서 엎드려 경배할 것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갈수록 더 화려하고 더 안락하고 더 편리한 내일을 약속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유혹합니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하느님까지도 포기하고 오직 나 혼자만의 더 풍요로운 미래를 추구하도록 유혹합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미래의 화려한 모습은 허깨비요, 신기루입니다.

유혹하는 자를 물리치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의 욕망을 채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육이 욕망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은 육을 거스릅니다.’(갈라 5, 16-17)

‘육의 행실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곧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 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흥청대는 술판,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들입니다.’(갈라 5, 19-21)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은 자기 육을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갈라 5, 24-25)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 22-23)

‘여러분은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고, 새 인간을 입은 사람입니다.’(콜로 3, 9-10)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콜로 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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