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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성탄 메시지

 

  ‘, 동녘에 떠오르는 영원한 빛, 찬란한 광채, 정의의 태양이시여, 오시어 어둠과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어 주소서!’

 

  구세주 예수님은 세상의 어둠과 그늘을 비추러 오신 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깊은 어둠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외쳤습니다. ‘이스라엘의 제후들아, 그만 하여라. 폭력과 억압을 치워 버리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여라. 내 백성을 수탈하는 일을 멈추어라. 주 하느님의 말이다.’(에제 45,9) 그러나 예언자들의 목소리는 항상 짓눌리고 입막음 당하였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사람들은 빛을 갈구합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손수 어둠과 그늘 밑에 있는 이들을 비추러 오십니다. 주님이 세상에 오신 것은 가장 힘들어하는 이들 곁에 함께하시기 위함입니다.

 

  오늘 한밤중에도 식구들 먹여 살리려고 칼바람 맞으며 거리를 달리는 대리운전 기사들, 택배 기사들 옆에 주님이 함께 달리고 계십니다.

 

  꼭두새벽부터 노구를 이끌고 하루 종일 길거리를 누비며 폐지를 주워도 3천 원밖에 손에 쥐지 못하는 노인들 곁에 주님이 함께 힘겹게 일하십니다.

 

남자들이 쏟아붓는 술잔으로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진 술집 여자들 옆에 주님이 고개 숙여 눈물짓고 계십니다.

 

  갑자기 명퇴를 당해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매일 집을 나서서 갈 곳 없는 거리를 헤매는 이들 곁에도 주님이 함께 걸으십니다.

 

  머리 눕힐 방 한 칸도 없이 공원이나 지하도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새우잠을 자야 하는 노숙자들 곁에 주님이 함께 오들오들 떨고 계십니다.

 

  산더미처럼 덮치는 성난 겨울 파도와 목숨 걸고 싸우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들 곁에 주님이 함께 타시며 그물을 붙잡아 주고 계십니다.

 

  집단해고 당한 동료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전국 곳곳의 농성장에서, 70미터 고공의 굴뚝 위에서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동료들의 복직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곁에 주님께서 함께 농성하고 계십니다.

 

  헌법을 수호한다는 이들에게서 정당해산 판결을 받고, 불관용과 억압, 단죄와 처단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어둠의 시대를 통탄하며 참담한 심정으로 절망의 골짜기를 걷는 이들 곁에 주님께서 침통하게 묵묵히 걷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이 모든 이를 향하여 행복하여라!’ 하고 다정스럽게 위로하여 주십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행복을 당신께서 마련해 주시기에 복되다고 선언해 주십니다. 주님께서 손수 어루만져 주시고, 주님께서 흡족하게 채워 주시고, 보상해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마태 5,11-12)

 

  성탄은 단란한 우리 가족, 신자들만의 행복과 기쁨을 나누는 축제가 아닙니다. 성탄은 세상에 가장 힘없고 고통 받고 불행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천상 궁궐을 버리시고, 춥고 냄새나는 말구유를 선택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되새기고 행하는 축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 추락하시는 사랑에 함께 동승하여 우리도 낮은 곳으로 임하여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흐르기를 축원합니다.

 

                                                                                    2014년 성탄절에

                                                                                                  천주교 제주 교구 감목

                                                                                                                      강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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