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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자비를 보이소서!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자비의 특별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이 사순 시기에 온 교회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를 살며 구원을 실현하도록 초대하였습니다. 자비는 개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지역과 국가 사이에서도 실현되어야 합니다.


최근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 땅에 큰 위기와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는 양측이 매일 서로 비난 방송을 격화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을 발표하였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였고, 미국 상원은 역대 최고의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한미 양국은 최신예 전폭기와 전투기, 핵 잠수함 등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로 추가 파견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의 한국 배치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강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는 시시각각 일촉즉발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국이 갈수록 더 강력한 무력과 더 고강도의 압박을 증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노와 대결의 에너지가 축적되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임계상황이 전개됩니다. 현대의 가공할 무기 체계에서 전쟁의 승자는 없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인명의 살상과 돌이킬 수 없는 파멸만이 초래될 뿐입니다. ‘누가 더 많이 죽이나’ 의 경쟁일 뿐입니다. 전투를 치르는 병사들만이 아니라 노약자를 비롯한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더 큽니다. 지금 끝없는 피의 잔치 속에 파괴와 살육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되며 수백만이 고향을 등지고 난민이 된 시리아의 국민들이 전쟁의 고통과 참상을, 온 세상을 향해 울부짖고 있습니다. 어떠한 정치권력도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자격과 권한을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유감스럽게도 정치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욕과 무지로 잘못된 명령을 행사하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지옥의 고통으로 몰아갔습니다.


무력의 과시와 경제 제재는 적개심과 분노를 증가시킬 뿐,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은 천문학적인 방위 예산을 투입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첨단 무기 체계를 동원하고도 오히려 세계 곳곳에 갈등을 심화시킬 뿐, 국제분쟁을 원활히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무력 응징은 또 다른 무력의 대응을 초래할 뿐입니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방한 일정 마지막 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시며 60년 이상 지속되어온 분열과 갈등의 체험 을 뛰어넘도록 촉구하였습니다. “이제 의심과 대립과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 하였습니다.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21-22)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언어로 말하는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 을 인식하며,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기도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이러한 평화를 위한 노력이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에는 불가능하고 비실용적이며 심지어 때로는 거부감을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분께서는 당신 십자가의 무한한 능력을 통해 그것을 가능하게 하시고 또한 그것이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모든 분열의 간격을 메우고,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형제적 사랑을 이루는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냅니다.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이것이 교종께서 한국 방문을 마치며 우리에게 남기신 메시지입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온 나라를 가득 채워가고 있는 분노와 적개심과 대결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합시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무기와 힘으로 맞서기보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대화로 평화적 협상을 열매 맺도록 성령의 특별한 은사를 청원합시다. 우리 모두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지하며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일흔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할 형제로 인식할 수 있는 자비를 배울 수 있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청합시다.

  


                                           2016년 2월 14일      

                                             사순 첫째 주일      

                                               강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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