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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2008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 담화문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3-18)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이자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의 공동체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입니다.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서로에 대한 책임과 헌신을 다하며, 교회 안에서 평화와 일치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우리는 매년 1월 18일부터 시작되어 1월 25일 성 바오로 사도 개종 축일까지 이방인 선교와 분열된 교회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전 생애를 바치신 성 바오로 사도의 정신을 기억하는 일치 주간을 지냅니다. 2008년에 맞이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은 어느 해보다 더 뜻 깊습니다. 첫째는 올해가 분열된 교회의 현실을 넘어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13)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청원을 따라 한 마음으로 기도하자는 교회 일치 운동이 시작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성 바오로 사도 탄생 2천년을 기념하는 2008년을 맞으면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6월 28일부터 다음 해 6월 29일까지 1년간을 성 바오로에게 바치는 특별 희년, 즉 ‘바오로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기를 권고하셨습니다.

  이에 맞추어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앙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올해 일치기도 주간의 주제로 성 바오로 사도의 신앙과 삶이 담긴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라는 권고는 참으로 의미 있다 하겠습니다. 일치를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 바오로 사도의 생애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응답하는 기도의 삶이었습니다. 따라서 기도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도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그 구성원들 상호 간의 내적 결합과 일치를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성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와의 일치된 공동체의 평화를 위한 행동들을 당부한 점들은 일치 주간에 우리가 함께 묵상해야 할 중요한 지침들입니다: “무질서하게 지내는 이들을 타이르고, 소심한 이들을 격려하고, 약한 이들을 도와주며, 참을성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대하고,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서로에게 좋고 또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을 늘 추구하며,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하라”(1테살 5,14-18).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일치 운동에 있어서 “갈라진 형제들에게서 발견되는 참된 그리스도교적 보화들을 공동 유산에서 나온 것으로 기꺼이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할 필요”(일치 교령, 4항)가 있음을 깨닫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분열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 지를 서로 따지는 데 있지 않고,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고 세례도 하나”(에페 4,4-5)임을 공동으로 고백하며 성령께 의탁하는 기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성령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드리는 일치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참된 영적 일치운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갈라진 형제들을 생각하며 함께 기도할 때 놀랍게도 그 기도의 효과는 우리 자신 안에서 가장 먼저 작용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입으로 외우는 기도가 아니라, 기도를 실천에 옮기고자 노력할 때, 기도는 우리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성령의 선물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는 일치를 방해해온 과거의 상처들의 치유로 이끕니다. 즉 일치 기도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부르심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갈라져 있는 현실이 얼마나 그 분의 뜻에 어긋나는 것인지를 깨닫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리고 이미 선물로 받은 일치를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서로 보충해나가면서, “서로 평화롭게 지내십시오”(1테살 5,13)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이러한 일치를 향한 끊임없는 기도의 결실이 지난 해 한국 교회에 가시적으로 드러났음을 보았습니다. 즉 한국 천주교회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긴밀한 협력 속에서 2009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의 주제와 기도문을 공동으로 작성하여 전 세계에 배포하는 영광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몇몇 신학자들과 교역자들의 관심과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한국 교회의 역사는 짧지만 교회 일치를 위하여 노력해온 작은 씨앗들이 열매를 맺은 하나의 표징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분단된 한국의 현실 속에서 통일을 희망하는 것처럼 서로 갈라져 마치 다른 하느님을 섬기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서로를 감싸 안고, 공동의 신앙을 고백하는 일치의 기도를 끊임없이 올릴 때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지금-여기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저는 올해 일치 주간에 모든 신자들과 사목자들이 각 본당 공동체에서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앙직제위원회가 함께 마련하여 배포한 일치기도 주간 기도문과 성경묵상을 함께 바쳐 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우리 주변에 예수 그리스도를 같은 구세주로 고백하고 있는 가족과 형제들, 이웃들이 있다면 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서로의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 함께 기도하고 찬양할 때, 전 인류가 하느님과 맺는 깊은 일치의 표징인 교회를 통하여 한 목소리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분명히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러나 이 선물은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1월 18일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위원장 
김  희  중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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