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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제주, 세상의 참된 평화를 실현하는 땅이 돼야"

[허영선이 만난 사람]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2008년 12월 04일 (목)                                                                                                              제민일보  

   
 
 

 강우일 주교는

 1945년 서울출생.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 신학석사. 서강대 철학명예박사. 1974년 12월 사제서품. 1986년 주교서품. 천주교 주교회의 부의장(2005), 천주교 제주교구 제3대 교구장(2002), 천주교서울교구청 보좌주교(2001~2002), 가톨릭대학교 총장(1995~1999), 천주교 서울대교구 참사위원,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등 역임. 지난 10월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에 선임됐다. 2005년에는 추기경 후보에 올랐으며, 100년 동안 풀지못했던 '신축항쟁'(이재수의 난)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사과, 제주도민과의 관용과 화해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제는 침묵하지 않았다. 평화를 힘으로 얻을 수 없다했다. 제주땅에 온 사제는 '제주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도문'을 쓰고 기도한다. 그의 메시지는 부드러우나 강렬하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며 개발의 포로가 되어 주님께서 은혜로이 내려주신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소서" 4·3위원회의 폐지는 안될 일이라 했다. 또한 그러한 땅, 4·3의 땅에 해군기지라니! 그 무슨 무지한 발상이냐는 말씀이다. 도민 3만이 넘는 죽음과 고통 앞에 또 무슨 죄를 지을 것이냐고. 과거의 기억을 포기하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사제. 우리시대의 정신적 지주,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최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맡아 더 분주해진 그를 어렵게 만났다.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달 27일, 제주교구청 집무실에서였다.

# 사시사철 푸른 제주의 자연에서 기운 얻어

"서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시사철 푸르름이 있으니까. 대개 가을이 지나면 다 푸른 색이 죽어서 좀 침울해지는데 제주는 달라요. 육지 출장을 시내버스 타듯 다니는데도 돌아오면 다시 생기를 되찾는 느낌이에요."

강우일 주교. 이제 제주살이 7년째. 할머니들의 제주어 고해성사가 약간은 어렵지만 그는 제주의 속살을 체감하며 산다. 아침마다 홀로 전세놓고 산책하는 그 길은 아라동 주교관에서 제주대까지. "돌담길 귤밭 사이를 걸으며 얼마나 하느님께 감사해하는지 몰라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보내주셔서. 이건희씨가 안부럽고, 대통령이 안부럽다고 하면서 지내요."

검은오름, 물찻오름, 노꼬메, 북돌아진 오름…. 강주교가 올랐던 제주의 오름들이다. 그가 맨 처음 찾은 오름은 다랑쉬. 그는 모든 오름이 매력적이지만 특히 꽃이 피어있는 오름을 좋아한다. "체오름엔 봄에 가보세요. 꽃이 피면 더 아름다우니까." 나이들수록 너무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걷는 길이 좋다는 그는 제주 땅에 올 때, 이미 제주의 돌담에 매료됐다.

"돌담을 끼고 걸을 수 있는, 그런 길을 안내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어요. 아마 육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을 느낄거예요. 오히려 제주사람들은 그런 것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한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온지는 오래됐다. 주로 꽃피는 시절에. "옛날에는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거든요. 그것을 볼 때 행복하고, 나중에 사진 나오면 실망하고 그래요." 그는 제주를 리조트다, 테마파크다 하면서 자꾸만 망가뜨리는게 너무나 안타깝다. "제주도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스스로가 다 파괴하는 것이 되죠. 육지에도 해안가에 다 똑같은 리조튼데 그러면 제주도에 꼭 올 필요가 뭐 있겠어요. 60층 이런 것, 말도 안되는 소리죠."

# 4·3의 정체 국민들 잘 모르는 것 안타까워

이 섬에 오기 전까지는 그냥 풍경처럼 스쳐 지났던 땅이었다. 그런 제주와의 인연은 주교품을 받던 1986년. 주교가 되기전 피정이 필요했다. 일주일에서 열흘동안 홀로 기도하는 시간. 2월14일에 주교품을 받았는데 너무나 추웠다. 따뜻한 곳이 떠올랐고, 이시돌 글라라 수녀원이 그곳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춥던지 덜덜덜 떨었지요.(웃음) 조그만 석유난로 하나로 버티는데 내가 아주 죽었어요. 아이고, 제주도가 결코 따뜻한 남쪽나라가 아니구나 뼈저리게 느꼈지요. 밤에 산책하면 바람이 뼛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요."

그런 땅이었다. 또한 그 곳은 와서 보니 그의 진정한 소명이 드러나는 땅이었다. 치유해야 할 것들이 무수히 남아있는 땅, 지도위의 작은 섬 땅자락의 근원에는 고통에 찬 역사가 스며있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60년이란 세월동안 그렇게 엄청난 4·3의 정체를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왜 모르는지, 제주도민들만 꽁꽁 가슴에 그냥 묻고 넘어가는 상처로 보여지는지 안스럽다.

"6·25때 좌우의 갈등 그런 차원에서만 보니까 우익계통의 사고를 가진 분들이 4·3에 대해서 자꾸 그쪽으로만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아마 4·3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축소시키려고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해서 대대적으로 보상도 하고 정부차원에서도 공식화하고 그랬지만, 4·3은 정말 비교할 수 없을만큼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렀고, 그것이 도민 대부분의 가정과 연관이 되는 그런 사건이었죠. 정부에서 진상조사보고서를 만들어서 발표하긴 했지만, 대통령이 사과했다고 하지만, 너무 순간적으로, 일시적으로 끝나버린 것 같고 그런면에서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때문에 입법활동도 중요하지만 제주도민들 스스로 4·3에 대한 성찰과 과거의 상처에 대한 한탄이나 비난 이런 차원을 한단계 좀 넘어서야한다는 생각이다.

# 해군기지는 과거의 고난 무위로 돌리는 일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었다. '요즘 젊은이들한테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그 책은 20대 초반의 그를 사제의 길로 이끈 책이었다. 그 사제는 미사에서 늘 제주의 참된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오랫동안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해군기지에 대해 강렬한 어조로 반대입장을 던져오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도 계속 제주교구의 입장을 지지해 왔다.

"그나마 그렇게 '4·3진상조사보고서'라도 나온 것을 정부의 좀 고위층에 있는 분들이 거기에 대한 역사 인식으로 올바른 파악을 하고 있다면 그럴 수 없지요. 그런 제주땅에다 군사기지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무지한, 정말 몰지각한 그런 발상인것 같아요. 그런 발상자체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4·3과 해군기지는 맥을 같이한다. 정말 그런 비극을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그때 희생된 분들에 대한 사죄와 또 용서를 청하는 마음이 당연히 있어야 하지않겠는가. "그렇다면, 그런 땅에 어떻게해서든 다시는 그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어떤 각오나 미래를 향한, 어떤 평화를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그것을 추진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싹 무시하고 새로운 군사기지를 대규모로 만들겠다는 것은 너무나 과거의 그 희생과 고난을 무위로 돌리는 그런 행동이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을 해요." 제주도민들도 그런 인식을 거의 안하는 것 같아 아쉽다. 도민출신의 제주행정가들이 스스로 역사를 배우고 거기서 창조적인 앞으로의 보폭을 마련해나가야 하지 않느냔다.

이러한 지역현안과 평화를 놓고 그가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비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며칠전이다. 이 자리에서도 제주도민의, 그런 행정가로서 기지문제에 대해 좀 더 폭넓게 봐주기를 전했다한다. 더 일찍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대화에서도 그런 논의를 했었다.

# 개발지상주의병에 많은 사람들이 걸려있어

사제는 개발지상주의, 그 병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걸려있다고 우려한다. "뭔가 우리가 잘 먹고, 잘 살려면 하여튼 외부에서 끊임없이 끌어들여 뭔가 눈에 보이는 개발을 해야 이게 우리 삶이 나아진다. 그것을 대전제로 거기에 반대되는 것은 일체 안되는 걸로 생각들을 하는 것이 문제지요." 이것이 너무나 근시안적인 사고라는 것. 한쪽에서 주장하는 경제효과, 과연 그럴까?

"해군기지가 들어옴으로 해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다고해서, 자꾸 행정하는 분들이나 찬성하는 쪽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분들이 주로 미는 것 같은데, 그래서 기지 만든다고 몇조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민이 얼마나 참여해서 얼마나 돈을 벌지는 몰라도 아마 대부분은 육지의 건설회사들이 다 가져가버려요. 강정 앞바다는 제주도에 남은 몇 안되는 청정해역인데. 이미 저 화순쪽도 바다가 죽어있고 서귀포도 마찬가지고 한림쪽도 밑엔 다 쓰레기통이더라구요. 매립해서."

제주도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지켜야 그게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적인 효과도 난다. 그것을 긴 눈으로 행정하는 분들이 노력을 해야되지 않겠느냐는 강 주교. "욕심을 덜 내고 지금 좀 배고프고 힘들더라도 자연을 잘 지키면서 소위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 해야하지요. 그것이 자손들이 두고두고 먹고 살 수있는 길이에요. 단기적으로 내 임기내에, 10년내에 너무 단기적 시각으로 열매를 보려는 것 때문에 무리가 오고 파괴가 되고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건설업도 자연을 살리는 쪽으로 하면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어려울수록 격려하고 힘내자 해야 에너지 솟아

"다른 유럽이나 선진국에서 200년 걸린 것을 한국은 4~50년으로 해치웠거든요. 다른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도 기가막히게 급성장했는데도 우리는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 거예요." 그래서 그는 아예 생각을 돌려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을 이렇게 좀 둘러볼 여유를 가지라고 하고 싶다. 그러면 그렇게 초조해하고, 안타까워하고,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어두운 우울증같은 분위기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팍팍해진 삶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이유는 분명 있는 것. 희망의 나무는 자란다. 지금같은 경제위기는 과거에도 여러번 있어왔고, 시간이 지나면 극복되리라는 강우일 주교. 사제가 주는 엄숙함보다 누구나 편안하게 해주는 유머, 자유로움, 부드럽지만 강렬한 신념이 전해진다. 그 사제가 전하는 희망의 전언.

"지금 위기는 위기고, 직장을 잃고 너무나 힘든 분들 많죠. 경제라는게 다 물고 물리고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일어날 기회가 옵니다. 절대로 절망적인 자세를 피하면 솟아날 구멍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어려울수록 격려하고, 힘내자하고 그럴 때 에너지가 솟아나는 거죠."


글·사진 허영선(시인/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ysun6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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