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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리의 성찰

2015. 7. 10.

 

교형 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영육 간의 건강과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방역당국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첫 환자와 접촉이 있었던 이들 중 지금까지 186명이 확진 환자로 조사되었고 그 중 35명이 사망, 26명이 치료중이며, 125명이 퇴원, 16,102명이 격리에서 해제 되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다행히도 며칠 째 새롭게 확진 환자는 나오지 않고 있고 더 이상 확산될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를 휩쓰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 관료, 방역 당국, 병원 의료진, 시민들 모두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국민 생명의 안전과 보호를 책임진 정부 조직은 세월호 사태 때와 흡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 행동력도 갖추지 못한 부끄러움을 드러내었습니다. 2012년부터 이미 중동지역에서 메르스가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며 적지 않은 사람들을 감염시켰는데도 정부는 메르스의 감염력에 대한 오판과 방역 체계 미비로 위기에 대응할 체제를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에는 관계부처들의 긴밀한 협력체계 부족, 소극적인 환자 관리와 비공개원칙고수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수많은 이들을 감염시킬 때까지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였습니다. 병원은 병원대로 전염성이 높은 질병의 감염 루트와 대처 방법에 대해 거의 전문 지식과 양성된 전문 의료인을 갖고 있지 못했기에, 이번 메르스 감염은 주로 병을 치료하는 기관인 병원을 통하여 퍼져나갔습니다.

 

35명의 귀중한 목숨이 희생되고 메르스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기는 하였지만,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정부도 병원도 귀중한 체험을 하였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희생과 고통을 동반한 이 재앙의 체험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 관료들과 의료진들은 국민 생명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철저한 방역 체계와 전문인들의 양성과 훈련을 빈틈없이 완비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우리 국민들도 메르스 균의 급속한 감염 사태를 통하여 미증유의 체험을 하였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위력은 우리 국민들을 심각한 심리적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메르스 감염과 환자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여러 가지 정보가 인터넷망을 통하여 메르스균보다 훨씬 더 빨리 더 넓게 확산되었습니다. 이런 미확인 정보나 소문은 국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두려움과 의심, 비방과 소외를 초래하였습니다. 우리 중에 누구도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도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사람도 없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환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렇게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만이 아니라 환자 주변의 가족들, 병원에서 사투하는 의료인들마저 재앙의 원천으로 지목하며 소외시키고, 차별하고, 비방하기를 서슴지 않는 나쁜 바이러스를 퍼뜨렸습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바이러스는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더 우리에게 심한 고통을 오래 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병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실 정도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셨고, 또 질병보다도 더 사람들을 억압하는 라는 바이러스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셨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치유의 행로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나만의 안전을 위해 남을 따돌리고 차별하고 비방하는 이기적인 길을 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악한 사마리아인의 길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하여 병균과 사투를 벌인 모든 의사, 간호사, 병원 직원들의 노고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당한 기간 동안 병원에 격리되어 가족들과도 못 만나며, 대체 인력도 없이 체력이 한계에 이를 때까지 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의료인들의 희생이 메르스의 재앙을 이 정도로 제어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일반 간호사들이 망설이는 응급실 근무를 책임자인 수간호사가 대신 짊어졌다가 결국 감염되었습니다. 이 수간호사의 용기 있는 결단은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우리 사회에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수간호사의 조속한 완쾌를 기도합니다.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어 있는 사람을 보고서도 유다인 사제와 레위인은 길 건너편으로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버렸지만, 그를 보고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준 사마리아 사람이야말로 참된 이웃임을 예수님은 가르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이웃을 사랑하려면, 우리는 고통 받는 이들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 고통 받는 이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예수 그리스도의 연민과 공통(共痛)의 시선에 머무르며 그분의 치유의 행적에 동참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나쁜 바이러스에서 지키고 구하는 길입니다.

 

주님의 자비와 평화를 기원합니다.


                                                                                                                   제주 교구 감목

                                                                                                                           강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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