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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과 정복에서 일치와 화해로!”


2019년 부활절 사목서한


“대결과 정복에서 일치와 화해로!”


주님의 부활 대축제를 맞이하여 모든 형제들에게 주님 생명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축원합니다! 모든 교우들이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통해 불안과 두려움, 고통과 슬픔의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예수님의 크신 기쁨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100년 전 제주의 교회는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신축교안의 후유증과 사제부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제주와 홍로(서귀포), 두 곳 밖에 없던 본당이 상주 사제가 없는 공소로 바뀌었습니다. 1909년에 개교한 신성여학교도 일제의 탄압으로 1916년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일합병 이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으로 노동이민의 길을 떠나니 제주도 전체가 피폐하였습니다. 제주만이 아니라 이 땅의 많은 백성이 일제의 수탈로 땅과 가산을 잃고 고향을 등져 만주로, 연해주로, 하와이로, 미주로 이주의 길을 떠났습니다. 먼 타국에서 가장 비천한 신분으로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독립군에 투신하며 일제와 싸우다가 고향을 꿈에 그리며 숨져갔고, 어떤 이들은 이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털며 적빈의 삶을 견디어냈습니다. 


일제가 패망하고 갑자기 찾아온 해방은 이 땅을 동서 양 진영의 냉전체제 하에 깊은 분단의 수렁으로 빠트렸습니다. 지리적인 분단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 의 영혼에 건너기 어려운 깊은 분단이 만들어지고 서로를 적대하고 대립하는 골병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자비로우시고 너그러우신 분임으로 우리가 분단의 굴레에서 해방되고 70년의 한 맺힌 골병이 낫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이 땅의 백성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과 평등의 숭고한 가치를 깨닫고 연대하기 시작한 3.1 운동 100주년에 이르러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가 강대국들이 설치한 냉전의 덫을 깨고 일어나 진정한 인간 해방과 민족 일치의 새벽을 밝히라고 초대하십니다. 


이 해방과 일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지난 100년 동안 이미 수많은 우리 선열들이 기꺼이 젊음을 바치고 생애를 바치고 목숨을 바쳐서 2019년의 오늘이 만들어졌습니다. 100년 전 불과 180여명 밖에 없었던 제주의 신자가 지금 7만 명이 훨씬 넘고 사제가 한 명도 없던 곳에 50명이 넘었습니다. 초가삼간으로 유지하던 두 공소가 지금 아름다운 본당 스물여덟과 공소 아홉의 거목으로 자랐습니다. 주님의 자비와 은총은 헤아릴 길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제단 앞에서 기도 드릴 때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와 특전이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분들의 희생과 고통이 거름이 되었음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신축교안에 희생된 신자들,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독립유공자들, 4.3의 참극에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도민들, 6.25 전쟁에 쓰러져간 헤아릴 수 없는 희생자들,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고문당하고 숨져간 많은 의인들, 이런 이들의 거룩한 희생과 봉헌이 하늘 높이 오른 덕분으로 오늘 우리는 주님의 부활축제를 큰 기쁨과 자유와 평화 속에 지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마련된 주님의 제단에서 우리는 선열들의 제물봉헌에 우리의 봉헌을 합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안의 대결과 정복과 제압의 논리를 벗어던지고 주님의 자비와 용서와 사랑의 제물을 들어 올려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소진시켜 온 냉전과 분단의 골병에서 치유되는 길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남과 북의 대결, 보수와 진보의 대결, 자본과 노동의 대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결, 남성과 여성의 대결을 뛰어넘어 한 분이신 하느님 자녀로서의 일치와 화해의 열매를 주님의 제단에 봉헌해야 하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2019년 부활대축일에

                                                                                    천주교 제주 교구 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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