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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백주년을 맞이하며

2019년은 우리 겨레가 3.1 운동 독립항쟁을 시작한지 100년을 맞는 해입니다. 3.1 만세운동은 이 나라를 강압적으로 합방한 일본제국에 대한 우리 겨레 전체의 봉기였습니다. 온 백성이 일본제국을 향해서는 한 마음으로 민족자결과 저항의 의지를 백일하에 드러내고, 세계만방을 향해서는 인류평등의 큰 진리를 천명한 거사였습니다. 19세기 말 조선의 조정은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권력암투로 외세를 이 땅에 끌어들여 국권을 찬탈 당하였습니다. 이에 나라를 사취당하고 땅을 강탈당한 이 땅의 민초들이 나라를 되찾자고 봉기하였습니다. 그들은 손에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고 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펼치며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자유와 존엄을 외쳤습니다. 학생, 교사, 주부, 간호사, 기생, 변호사, 시장 상인, 공무원, 군인, 해녀 등 모든 계층, 모든 직종의 남녀노소 시민들이 거대한 제국의 권력에 맞서 궐기하였습니다. 이 땅의 역사에 이렇게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든 시민이 들고 일어나 불의한 권력의 억압에 저항한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거사는 이 나라 현대사의 힘찬 탈출기였습니다. 1919년 3월의 거사야말로 이 나라 국민들이 지난 100년 동안 모든 불의한 권력의 압제와 차별의 굴레로부터 탈출하여 자유와 평등을 얻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 험난하고 장대한 여정을 시작하는 혁명적 출발점이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여러 외세의 침략과 개입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민족적 신원과 고유한 문화를 계승하며 나라 안의 불의한 권력의 횡포와 독재적 체제에 저항하여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워올 수 있었던 것은 3.1 운동의 역사적, 정신적 마그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영혼에 이 불덩어리를 심어 주시고 지난 세기 동안 일관되게 진리와 정의를 향한 열정을 북돋아주신 하느님께 우리는 무한한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지난 100년의 세월 하느님께서는 나라와 땅을 빼앗기고 타국의 종살이를 하며 온갖 고통과 수모를 겪은 백성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시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는 이 백성을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나 해방은 외세에 의한 국토의 분단이라는 새로운 질곡을 가져왔고, 갑자기 도래한 해방과 분단으로 이 민족은 지난 70년 동안 서로 이념갈등과 반목에 사로잡혀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고, 형제를 이적세력으로 단죄하고 도륙하는데 광분하는 광야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광야의 고난 속에서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함께 동반하시며 이제 우리가 새로운 희망의 땅으로 건너가도록 초대하십니다. 서로를 적으로 단죄하고 반목하던 어둠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해와 평화의 세기로 넘어가도록 부르고 계십니다. 

이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하며 주님 앞에 나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지난 죄과와 얼룩을 씻고 우리 몸과 마음을 정화하여야 하겠습니다. 지난 100년 이 땅의 많은 형제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의를 위해 봉기하고 싸움으로써 불의한 권력의 약탈, 탄압, 사찰, 구금, 고문, 징용, 학살, 추방, 토벌, 수형과 단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고통을 겪고 상처받아 쓰러져 있을 때, 교회 공동체는 그 곁에 있지 못하였습니다. 시대의 징표를 올바로 읽지 못하고, 불의한 현실에 순응하고, 악과의 싸움을 두려워하며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동반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참회와 회개의 사순시기를 맞아 하느님께 그리고 우리 겨레에게 지난 세기의 한국교회의 죄과와 부족을 고백하며 용서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분단과 분쟁의 광야를 넘어 화해와 평화의 새 땅으로 넘어가기 위하여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 평화의 도구로 써주시기를 열심히 청하여야 하겠습니다. 

이 해를 그리스도의 평화로 넘어가는 파스카 고개로 지내기 위하여 교구민 모두 기회 닿을 때마다, 특히 사순절 동안 ‘우리 겨레의 십자가의 길’ 기도문을 바치며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간청하시기 바랍니다.


                                                   2019년 3월1일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강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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