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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4 11:35

구약성서 연재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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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과 해방>

“에집트 탈출과 세례”

이스라엘 백성은 드디어 에집트를 빠져 나왔다. 에집트 탈출은 전적으로 하느님 섭리에 의한 것이지 이스라엘 백성의 능력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곧장 블레셋 땅으로 가는 길로 인도하지 않으셨다.”(13,17)는 구절은 탈출의 경로에 있어서도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것임을 나타낸다. “야훼께서 ......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 밤에는 불기둥으로 앞길을 비추어 주셨다.”(13,21-22)는 구절은 군대나 대상들이 행군할 때 대열을 표시하기 위해 선두에서 불 화로를 들고 갔던 고대의 관습을 연상시킨다. 또한 이 불과 구름은 사막의 더운 바람 때문에 자주 일어났던 천둥 번개와 같은 기상 현상이나 활화산의 활동을 말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의도는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계시며 그들을 과거의 종살이에서 구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여행을 인도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데 있다. 하느님께서 친히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앞장서”(13,21) 가셨던 것이다.

파라오는 도망자들이 “광야에서 길이 막혀 헤매고 있다고 생각하여”(14,3) 병거 부대를 이끌고 추격한다. 길을 가로막는 바다 앞에서 에집트 군사의 추격을 받은 백성들은 “에집트인들을 섬기는 편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다.”(14,11-12)고 원망한다. 그들은 하느님을 섬기는 자유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곧 그 자유를 쫓다가는 최소한도의 안전마저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때 그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유를 버리고 에집트의 노예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들은 신앙에 따른 생활이 아니라 인간의 수단과 계교로 지탱되는 생활, 일시적이며 감각적인 생활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이 불신앙의 외침은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바로 이 때문에 출애굽 사건과 광야에서의 방랑 이야기가 신앙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하느님을 향한 굳은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의 불신앙은 모세의 신앙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모세는 “두려워 말라 ... 야훼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신다.”(14,13-14)라고 백성을 격려한다. 그리고 그 백성에게 “전진하라.”(14,6)는 하느님의 명령이 내려진다.

야훼께서 갈대 바다에서 이룬 ‘업적’은 이스라엘을 결정적으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이스라엘의 축제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역사적인 증거로 기념되고 있다. 에집트 추격군을 뒤로하며 갈대 바다를 건넜다는 사실은 파스카의 밤과 마찬가지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 뛰어 새 백성으로 창조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사도 바오로는 구약에서의 갈대 바다 사건을 두고 신약에서의 세례를 예언하고 있다고 본다(1고린 10, 1-2 참조). 곧 이스라엘 백성이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물을 건넌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에 잠겼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물을 건너는 과정에서 생존의 위협, 에집트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당하였던 것처럼 우리 역시 세례를 통한 새생활의 시작에 있어서 각종 위협과 유혹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갈대 바다를 건너가면서 느낀 해방 체험으로 야훼 신앙을 비로소 자기 민족의 진정한 신앙으로 자리잡게 된 것처럼 세례는 하느님을 다른 이의 하느님이 아닌 “나의 하느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집트 탈출이 전적으로 하느님의 섭리인 것처럼 우리의 세례도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으로 비롯한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세가 보여준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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