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4.02.20 19:43

구약성서 연재 5호

(*.85.11.20) 조회 수 1491 추천 수 10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원역사(元歷史): 창세 1-11장 >

"반창조(反創造)와 재창조(再創造)의 진리"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창세 1-11장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1) 창조(혼돈에서 질서로) => (2) 반창조적인 사건(질서에서 혼돈으로): ①아담의 죄 ②카인의 죄 ③죄의 확대 ④타락의 절정 => (3) 재창조: 홍수와 새로운 계약 => (4) 반창조: 바벨탑(11,1-9).

이처럼 창세 1-11장은 질서를 창출하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꾸만 혼돈으로 기울어가는 인간의 죄악을 대비시키고 있다. 그리고 11장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홍수와 새로운 계약이라는 재창조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죄의 절정을 상징하는 바벨탑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 성서를 읽는 독자는 반창조의 절정에 있는 세상과 인간을 하느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던지게 된다. 즉 하느님께서 새롭게 창조를 하실 것인지, 아니면 멸망시켜 버리실 것인지를 말이다.

이렇게 창세 1-11장은 문제를 제기하는 하나의 서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성서 내용은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본론을 전개하고 있다. 성서는 본론에 들어가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 한사람부터 시작되는 구원의 역사(인간의 입장에서는 믿음의 역사)를 그려 나간다. 즉 한 사람부터 이스라엘 백성, 더 나아가 온 인류를 재창조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재창조의 완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요한 묵시록을 끝으로 성서는 마무리된다.

창세 1-11장을 일컬어 원역사(元歷史) 혹은 태고사(太古史)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우리는 자연과학적인, 혹은 역사적인 탐색을 하려는 착각을 하기가 쉽다. 즉 창조 이야기가 진화론과 모순되는 것만 같고, 에덴 동산의 위치는 어디였는지, 인류의 조상 아담의 아들 카인은 도대체 누구랑 결혼한 것인지 등의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창세기의 원역사는 자연과학적인, 역사적인 진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창세기의 원역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종교적 신화들과 공통점이 많다. 신화는 의심 없는 어떤 사실과 환상적인 요소가 복합되어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신화는 자신의 목적과 의도를 전달하려 한다.

그러므로 아담과 하와가 살던 에덴 동산의 위치가 어디인지 등을 묻는 것은 그릇된 질문이다. 저자는 애시당초 그것에는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아담이 '첫 번째 사람'이라기 보다는 '우리 안에 있는 각 사람'(Every man in us)이라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노아 방주의 크기와 항해의 적합성 여부 등에 관한 토론도 어리석은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가르치는 교훈은 항상 실재하는 하느님의 자비와 심판이다. 이렇게 창세기의 원역사는 신화나 전설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지, 자연과학적․역사적 기록으로 전개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창세기의 원역사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발견되는 신화나 전설 정도로 여기는 착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서 저자는 신화를 사용하면서도 가혹한 시련을 거친 이스라엘의 신앙으로 그것을 다듬고 다시 썼다. 그는 인근 지역의 신화를 도입하면서도 유일신 하느님께 대한 계시를 명백히 전해 준다. 원역사의 신화적인 요소는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계시 진리를 전달해 준 그릇에 불과하다.

요컨대 성서가 진리를 담고 있다는 것은 역사적, 자연과학적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진리가 신화적인 교훈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언제나 진리이신 하느님의 진실 어린 사랑을 충만히 담은 신앙적, 실존적 진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6 교구장님 약력 수정 고대희 2005.01.29 1120
325 연동본당?? 강명희 2005.01.21 1118
324 성지 안내 고대희 2005.01.18 1024
323 예수님 탄생일은 언제일까요? 고영억 2005.01.15 1156
322 2005년 장애인과불우노인을 생각해주기 김승환 2005.01.14 1331
321 관리자님 가톨릭사진가회 홈(카페)을 링크해 주세요 김홍남 2005.01.09 1064
320 축하합니다. 김은경 2005.01.07 1482
319 구역장 뱃지? bd 2005.01.07 1195
318 성심으로...... 안창호 2004.12.28 1090
317 제주가톨릭사진가회 홈페이지 개설. file 오상철 2004.12.26 1312
316 미사시간.... 김연수 2004.12.26 1117
315 제주교구의 낭비가 심합니다. 강기붕 2004.12.26 1340
314 성탄 자정미사 file 오상철 2004.12.25 1107
313 크리스마스에 핀 迎春花. file 오상철 2004.12.24 1139
312 제주불교사진연구회 창립. file 오상철 2004.12.21 14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 135 Next
/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