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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삶으로 『형제애』를 실천합시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따사로운 햇살은 만물을 어루만지고, 대지는 그 모태로부터 아름다운 꽃들과 신록의 작은 잎들을 세상에 피워내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창조의 은총을 간직한 갖가지 피조물들이 새로운 생명을 출산하고 있습니다. 

  부활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으로 인간 이성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활이 단순히 죽음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소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부활이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 생애 전체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을 믿고 사셨습니다. 세례 때에 하늘로부터 들려온 말씀,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는 그 말씀을 십자가상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굳게 믿고 온전히 간직하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온전히 삶을 사시고, 봉헌하신 예수님을 부활시키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선포와 표징들과 삶 전체가 참된 복음이며 계시된 진리임을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주님의 부활은 죽음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이 세상이 결국 허무한 종말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불사불멸의 영원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부활 신앙은 단순히 죽었다가 나중에 다시 살아날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 (Now and Here)』 주님 복음에 믿음을 두고 주님과 함께 부활의 삶을 살아 낼 수 있음을 믿고 희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활은 죽은 다음에 누리는 삶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주님 부활의 충만한 생명을 영원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단순히 2천 년 전 과거에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셨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의에 대한 하느님 정의의 승리, 거짓에 대한 하느님 진리의 승리, 죽임에 대한 하느님의 살리심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바로 부활입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백신을 확보하여 자국민들에게 공급하며 전염병 확산을 막고 다시 일상의 삶을 회복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라와 지역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늘고 있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어 재유행의 위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이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삶을 회복시켜 줄 희망의 표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생태계 위기를 연구하는 많은 석학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의 원인이 개발과 성장의 이념에 사로잡힌 인류의 무분별한 삶이 지구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시킨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전적으로 생태적 회개의 삶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위기는 다시 반복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강대국들의 백신 확보 경쟁에서 밀려나고 소외된 가난한 나라와 지역이 있다는 것입니다. 교종 프란치스코께서는 인류 모두에게 소중한 백신의 확보와 접종이 선진국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시며 우리 모두가 이 시대에 진정한 형제애를 실천해 줄 것을 요청하시고 서로 연대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유행 상황 속에서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대처의 방역체계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따라서 보편적 인류애에 입각한 국제 사회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불법적인 쿠데타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무자비하게 탄압받으며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우리 인류가 아직도 캄캄한 어둠의 터널을 무기력한 모습으로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절망감을 안겨줍니다.  

  우리나라의 모습으로 눈을 돌려보면, 재난 지원금 지급 등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 실직자들은 늘고 있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인도적 체류 허가 속에 불안정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삶은 더욱 더 악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의 현실을 바라보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 환경 자원의 보존 가치를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 없이 오직 단기적인 경제성과 일자리에만 매몰된 채,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개발이란 이름의 파괴로 인하여 아름다운 중산간 지역과 해안 보존 지역이 훼손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와 더불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재앙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지하수의 고갈과 오염 문제를 불안한 미래로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민주국가의 행정은 도민의, 도민을 위한, 도민에 의한 행정이어야 함에도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이루어진 제2공항 여론 조사 결과를 행정권자가 쉽게 무시해 버리는 모습은 현대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제주의 미래를 위한 현 제주 도정의 정당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지난 춘계 주교회의는 코로나 감염증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사목적인 주제들이 논의되었습니다. 특별히 인류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형제애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코로나 상황 극복을 위한 「백신 나눔 운동」에 전 교구가 동참하여 한국교회 차원에서 협력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한 달 넘게 지속하며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에 한국 교회의 연대의 손길이 필요함을 확인하고 주교회의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각 교구에서도 기도와 미사를 통해 가난하고 박해받는 이들과 연대하며 또한 실제적인 형제애의 실천으로 십자가와 부활의 신앙을 증거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한국 교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희년을 보내면서,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이어받아 복음의 정신을 통하여 형제애를 실천하는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부활의 삶을 살아내어 충만한 사랑의 형제애를 구체적으로 실천합시다. 제주교구도 「백신 나눔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도 보편적인 인류애 속에서 연대합시다. 우리의 모든 활동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은총으로 조명되고 정화되어 사랑의 열매를 맺어야만 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주님 부활로 확인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굳게 믿으며, 나와 가족의 부활, 더 나아가 이웃과 온 인류의 부활에 대한 희망 속에서 현세의 삶을 살아갑시다. 모든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형제애로 맞이하면서 하느님의 작품이며 창조물로서 우리와 한 형제인 파괴하고 소멸되어 가고 있는 모든 피조물에게도 형제애를 실천합시다. 

주님 부활의 사랑으로! 형제애의 기쁨이 넘치는 부활절이 되시길 축원드립니다.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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