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5년 6월 19일 7시 뉴스 제주 / 7시 대담
"제주의 아픔, 세계의 평화로…4·3 레퀴엠 로마 공연"

1. 제주도와 천주교 제주교구가 후원하는 제주 4·3 평화 레퀴엠이 오는 24일 막을 올린다고요? 도민들께선 레퀴엠이란 단어가 생소하실 텐데 어떤 행사이고 왜 로마에서 열리게 된 건가요?

제주 4·3 평화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진혼 미사 음악으로, 제주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사입니다. 이 공연이 6월 24일 로마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대성당(“Santa Maria degli Angeli e dei Martiri”)에서 열립니다. 

먼저 레퀴엠(Requiem)이란 말은 라틴어 Requiem aeternam(“영원한 안식을”)뜻하는 미사곡의 한 장르입니다. 18세기부터 추모·위로·평화의 메시지를 띠는 연주 의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세계 음악 언어로 전달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뜻깊은 연주이며 동시에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 무대에 전파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로마에서 열리는 의미는 
1. 교황청과 국제 무대의 상징성
교황청 소속 성당에서 4·3 레퀴엠을 연다는 건, 국제사회에 제주 4·3을 알리고 평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 역할을 합니다.
특히 지난번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4·3 역시 위로한 바 있어 의미가 더 깊습니다.
2. 다국적 아티스트 및 합창단 협업
제주와 로마 현지 예술가들이 협연하며, 제주 출신 예술가들이 직접 연출과 음악 감수를 담당합니다.
이탈리아 주요 합창단, 지휘자, 로마 복스인아르떼 문화협회 등과 협력해 수준 높은 무대를 준비합니다.
3. 희년 실천의 올바른 사례로 주목하는 4·3
원래 올해, 가톨릭 교회에서는 희년이라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를 특별히 성경에서는 안식년의 의미를 보다 더 살려서 희년을 지냅니다. 당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 잃어버린 땅 그리고 노예 신분으로 전락했던 모든 상태를 희년을 맞아 본래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일을 근본적인 희년 정신으로 여겨 왔습니다.
•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발생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고통받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동안 저희 한국 땅에서는 땅이나 신분에 따른 차별보다는 오히려 이념으로 인해 적대적인 상황과 폭력이 있어 왔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어둠과 고통의 조건들이 한국 민중들을 아주 고통스럽게 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진실과 정의로 치유하고 다시 올바로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4·3에 있어서도 대단한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2.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이어 지난 4월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이후 4·3세계화가 본격화하는 분위기인데요, 이번 4·3 레퀴엠과 4·3을 주제로 한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 포럼까지 열리는 의미, 어떻게 보시나요?

이번 4·3 평화 레퀴엠과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 포럼’의 개최는 제주 4·3의 기억이 한국을 넘어 세계 인류의 기억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상징적 전환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문화·추모 행사를 넘어 보편적 인권과 평화의 언어로 4·3을 다시 말하고 세계와 소통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4·3의 세계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기억은 고립되지 않을 때, 비로소 치유와 변화의 힘이 됩니다.

최근의 맥락 속에서 본 4·3 세계화의 흐름을 보면, 
1.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4·3 문학의 세계적 확산의 기회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작품은 4·3을 비롯한 한국 현대사의 고통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기억의 윤리를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4·3 문학을 통한 감정적 연대와 기억의 보편화는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2.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된 사실 (2024.4)
제주 4·3 관련 기록물의 등재는 4·3이 단지 지역사나 한국 근대사의 비극을 넘어서, 세계 인권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자 반면교사로서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4·3을 “국가 폭력의 진실과 화해의 모범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번 레퀴엠과 국제 포럼의 상징성과 의미는
1. “죽은 자들을 위한 노래”가 로마에서 울린다
교황청 성당에서의 진혼곡은 영적 차원의 보편화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4·3의 아픔은 이제 종교적 차원에서도 기억되고, 희생자들의 넋은 국제 공동체 안에서 위로받습니다.
이는 한국전쟁 전야의 폭력과 침묵이 국제 인권 감수성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 포럼의 개최
이 포럼은 단순한 학술 행사가 아니라, 4·3의 진실을 세계 인권운동,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 집단기억 형성과 같은 국제 의제 속에 위치시키는 정치적·윤리적 선언입니다.
나아가 대량 학살인 제노사이드 이후 사회가 어떻게 화해를 구축해 가는지에 대한 실천적 모델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3. 제주의 기억이 세계인의 기억으로 공감 확대 
레퀴엠이 음악이라는 장르인 감성의 언어로, 포럼이 심포지엄 형태의 이성의 언어로, 각각 4·3을 세계화하는 이중적 접근입니다.
제주도민들의 오랜 침묵과 고통, 그리고 진실을 향한 인내는 이제 국제사회 속에서 하나의 인권교육과 평화운동의 자산으로 
        승화되고 있습니다.


3. 이번 행사에 교황청은 물론 로마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어요. 4·3 77주년 기념 미사도 처음으로 진행된다고요? 로마에서 집전하는 4·3 미사의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네, 이번 로마에서의 제주 4·3 77주년 기념 미사는 여러 면에서 단지 한 지역의 기념 의식을 넘어, “역사를 기억하는 교회가 어떻게 고통을 품고 그 기억을 생명의 복음으로 승화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신앙의 증언이자 세계 교회를 향한 평화의 초대장입니다. 로마에서의 4·3 미사는 이제 4·3의 고통과 아픔의 질곡을 넘어 사랑과 정의 안에서 진정한 회복의 길을 걸어가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4·3의 기억이 로마에서 울려 퍼지는 이 순간, 그 기억은 비로소 ‘고통의 기억’에서 ‘희망의 기억’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1. 교황청과 로마시의 공동으로 주목하는 국제적 사건으로  4·3
교황청은 이미 여러 차례 제주 4·3의 아픔과 그 화해 여정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셨고, 이번 행사 역시 ‘평화의 교회’로서의 보편교회의 연대 의지를 다시금 드러내는 것입니다.
로마시에서도 이번 행사를 문화·인권 차원의 국제 교류로 보고 정성 어린 후원과 참여 의사를 밝히며 제주 4·3을 세계적 기억 유산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로마에서의 4·3 미사는 4·3의  깊은 상징성과 영성의 결합
천주교 제주교구가 중심이 되어 거행하는 이 미사는, 단순한 해외 방문 미사가 아닌, 역사적 고난을 복음의 언어로 승화시키는 ‘기억의 전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그 고통과 구원의 신비 안에서 4·3 희생자들의 죽음과 제주민의 눈물이 ‘신앙의 고백’과 ‘평화의 약속’으로 재해석되는 순간입니다.
특히 로마, 곧 보편교회의 중심에서 봉헌되는 미사라는 점은, 제주 4·3이 이제 단지 ‘지역의 역사’가 아닌 교회 전체가 함께 짊어지는 기억하는 상처이며, 기도 제목이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3. 한국 현대사의 ‘침묵의 희생자’에서, 세계 인권사 속 ‘증언자’로 주목
4·3의 역사는 오랫동안 억압된 침묵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진실 규명과 화해 과정을 통해, 제주민들은 고통 속에서도 비폭력과 평화, 인내와 공동체 정신을 증언하는 주체로 서 왔습니다.
이번 로마 미사는 이러한 4·3의 ‘희생에서 증언으로의 전환’을 기도 안에서 축복하고,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의 계획 속에 이 기억을 봉헌하는 거룩한 전례입니다.
4. 교회와 세계가 함께 드리는 미사는 연대와 화해의 공동 고백
제주 4·3을 기억하는 이 미사는, 피해자와 가해자, 남과 북, 한국과 세계, 종교와 세속, 지금과 과거를 잇는 다층적인 치유의 장입니다.
미사 안에서 울려 퍼질 복음의 말씀과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는, “더 이상 어떤 생명도 국가 폭력의 이름으로 유린되지 않기를” 바라는 전 인류적 기도의 언어가 될 것입니다.


4. 지난 2018년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4·3 관련 메시지를 보낸 바 있는데요. 선종 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이번 4·3 행사에 관심을 보이셨다고 들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2018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주 4·3 70주년 기념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2018년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 요약하면 
치유와 화해를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교황님은 4·3 희생자의 기억이 우리 공동체가 “형제애와 평화 위에 기초한 세계를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메시지 전문은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주관한 70주년 기념 미사 중에 공식적으로 읽혔으며, “모든 이들이 형제애와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헌신하길” 기원했습니다 .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 여부로는
안타깝게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5년 4월에 선종하셨습니다. 따라서 이번 2025년 로마 행사에 본인이 직접적인 관심을 표명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교황청 차원에서는 제주 4·3의 의미와 평화 메시지를 지속해서 지지해 왔기에, 새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님도 큰 관심을 보이실 것입니다. 이번 레퀴엠과 국제 포럼도 그런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출국 전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저희는 이제 곧 로마로 향합니다.
제주 4·3의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난 평화의 뜻을,
이제는 세계의 중심에서, 보편교회와 인류 공동체 앞에 신중하게 전하고자 합니다.

4·3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상처이자,
오랜 세월 입을 다물게 했던 아픈 기억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억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침묵 속에서도 진실을 밝혀 왔습니다.
그 용기와 인내는 이 땅에 사는 우리 도민 모두의 것이며,
이제는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인류 보편의 유산이 되었습니다.

이번 레퀴엠과 국제 포럼은,
그 기억을 노래와 기도로, 증언과 대화로 풀어내는 첫걸음입니다.
교황청과 로마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걸어줄 수 있게 된 것,
그것은 지난 수십 년간 진실을 향해 묵묵히 걸어오신
도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덕분입니다.

저희는 로마에서도 도민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희생자들의 넋이 영원한 안식을 얻고,
우리 모두가 치유와 화해의 여정 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제주의 이름으로,
평화의 섬에서 피어난 용서와 연대의 정신을
이제 온 세상과 나누고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마음을 담아
평화의 사명을 기꺼이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글쓴이 조회 수
1357 [소식] 제주교구-교토교구 자매결연 20주년 file 2025.07.04 사무처 191
1356 [소식] 교구장과 함께하는 제주교구 교회 음악에 관한 시노달리타스 file 2025.06.25 사무처 199
» [언론] [KBS제주] 7시 뉴스 제주 / 7시 대담 "제주의 아픔, 세계의 평화로…4·3 레퀴엠 로마 공연" 2025.06.20 전산홍보실 188
1354 [소식] 제21기 마리아 어머니학교 file 2025.06.20 가정사목위원회 141
1353 [소식] 청소년 한마음 운동회 file 2025.05.29 청소년사목위원회 2075
1352 [소식] 2025 어르신대학 봉사자 연수 file 2025.05.29 가정사목위원회 1886
1351 [소식] 2025 제주교구 SPES 성소주일 행사 file 2025.05.21 성소위원회 1992
1350 [소식] 제36기 성요셉 아버지학교 file 2025.05.11 가정사목위원회 1902
1349 [소식]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 file 2025.04.28 청소년사목위원회 2029
1348 제주교구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일정 file 2025.04.23 전산홍보실 2109
1347 [소식] 청년 침묵피정 file 2025.04.15 청소년사목위원회 1091
1346 [언론] [미디어제주] 문창우 주교 4.3 추념미사 강론 “고난받는 민족들에게 위로를, 반민중적인 패권주의에 경종 울리길” file 2025.04.04 전산홍보실 1047
1345 [소식] 제8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 file 2025.03.31 사회사목위원회 983
1344 [소식] 2025 제주가톨릭대학생연합회 개강미사 file 2025.03.27 청소년사목위원회 1043
1343 [소식]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청년 프로그램 '젊D:A' file 2025.03.21 청소년사목위원회 1035
1342 [소식] 2025 청소년 리더연수 2025.03.18 청소년사목위원회 975
1341 [소식] 64차 선택 주말 file 2025.03.13 청소년사목위원회 1021
1340 [소식]2025 광주가톨릭대학교 입학미사 file 2025.03.10 성소위원회 1082
1339 [소식] 2025 광주가톨릭대학교 직수여식 file 2025.03.05 성소위원회 1115
1338 [소식] 불꽃피정 및 청소년 견진성사 file 2025.02.13 청소년사목위원회 14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8 Next
/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