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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예수님이 사람이 되어 오실 때, 세상은 아무도 그분에게 누울 자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탄생하실 때 세상 사람들은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분에게 누울 자리를 내놓은 것은 동물들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자기 밥그릇을 예수님에게 내놓았습니다. 양들은 깨어있으면서 천사들과 목자들과 함께 구세주의 탄생을 찬양하고 환영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이래 인간은 동물들과 함께 이 땅 위에 살아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그들을 잘 다스려 번성할 수 있도록 돌보라는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가축들은 수천, 수만 년을 살아오면서 손을 퍼뜨리며 인간들을 위해 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마지막엔 자신들의 몸마저 송두리째 먹이로 내어놓으며 인간을 섬겨왔습니다. 인간들은 전에는 동물들과 공존하며 살았습니다. 동물이지만 집도 지어주고, 먹을 것도 주고, 함께 노닐며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돌보고, 정을 나누며 소중히 여길 줄 알았습니다. 마을 밖 숲이나 광야에 사는 야생의 동물들은 삶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의 터전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동물이지만 그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함부로 학대하거나 짓밟지 않았습니다. 특히 인간에게 봉사하는 가축들에게는 공포와 고통을 주지 않으려고 마음을 쓰며 가족같이 아꼈고 명이 다해 숨지면 고이 묻어주고 오래 슬퍼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인간은 과도한 탐욕에 사로잡혀 세상의 모든 존재를 사유화하고 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도, 땅도, 강도, 바다도, 그리고 모든 생명들도 사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들은 동물들을 자기 소유물로만 보고,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차츰 잃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동물이 지닌 고유한 생명의 가치와 품격은 무시하고 사유재산으로만 보았습니다. 들에서 풀을 뜯으며 한가하게 생을 즐기던 동물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우리 안에 가두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커질수록 우리에 가두는 동물의 수는 많아졌습니다. 우리 밖의 공간에도, 동물들의 보금자리인 숲과 풀들이 사라지고 마음껏 마시던 호수와 냇물이 마르면서 차츰 많은 동물이 멸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탐욕으로 인해 인간은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과 자비심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동물들도 외로움과 두려움, 고통과 슬픔에 짓눌리고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살아있는 생명체임을 무시하고 멋대로 다루었습니다. 인간은 자기 욕심 때문에 모든 피조물을 하나하나 흐뭇하게 바라보신 하느님의 마음으로부터 떠났습니다.

  경제적인 이득만을 추구하려는 동물들의 밀집사육으로 돼지는 옴짝달싹도 못하는 좁은 철책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이 찌고, 새끼만 낳다가 때가 되면 도축장으로 실려 갑니다. 닭 역시 수천 마리가 케이지에 갇혀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모이와 물만 먹으며 밤새도록 밝혀놓은 전구 아래, 알을 낳고, 살만 찌다가 다 자라기도 전에 서둘러 실려 나갑니다. 이렇듯 열악한 공장식 밀집사육은 결국 동물들의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고 고병원성 AI를 양산시켰습니다.

  최근 전국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여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900만 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가 산 채로 땅에 파묻히고 있습니다. 가축을 산 채 무더기로 땅에 묻어버리는 일은 생명 전체에 대한 존엄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입니다. 생명 전체에 대한 외경심이 사라지면 인간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설자리를 잃게 됩니다. 생매장 당하는 가축들의 처절하고 고통스런 울부짖음을 들으며 무더기 살처분에 동참한 공무원들은 여러 날을 두고 환청과 악몽에 시달린다 합니다. 이는 미물이라 할지라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생명을 무자비하게 다루는 일이 얼마나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가를 증명해 주는 우리 영혼의 신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지어내신 모든 피조물이 균형 있고 조화롭게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 돌보는 책임을 맡은 생명의 도우미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 모습과 닮은 존재로 창조하시고,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하느님 마음으로 잘 보전하라는 책임을 맡겨 주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 하느님의 마음을 자기 영혼 안에서 지우고 욕심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나친 이기심과 탐욕은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파괴하고 조화를 무너뜨립니다. 오늘의 자본주의 체제는 끊임없이 인간의 욕심을 확대하고 증폭시키도록 유혹하고 압박합니다. 온갖 매체는 밤낮으로 인간의 식욕, 성욕, 소유욕을 한없이 충동질하고, 무절제한 소비와 탐닉으로 자기 영혼의 결핍과 공허를 은폐하도록 충동질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모두를 과욕과 허상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하느님이 빚어 주신 아름다운 우리의 본성과 분수를 회복시켜 주시려고 사람이 되어 오셨습니다. 세상의 가장 작고 힘없는 갓난아기지만 모든 인간 중에 가장 티 없고 가장 선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양들과 가축들의 환영과 찬미를 받으며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에게 배웁시다. 아기는 포대기에 싸여 팔도 다리도 움직이지 못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스런 시선과 포근한 가슴에 모든 것을 맡겨드린 채 조용히 누워 있습니다. 배고프면 울면서 어머니를 찾습니다. 어머니가 젖을 물려주시면 방긋방긋 웃으며 신나게 젖을 빱니다. 그리고 배부르면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어머니 가슴에 얼굴 묻고 잠이 듭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아무것도 독점하지 않으며, 동물들의 먹이가 담겼던 구유에 누워 자신도 영원한 생명을 위한 먹이가 되신 아기를 바라봅시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울음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이 갓난아기가 천사들과 함께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전하고 계십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주님의 평화와 자비가 모든 가정과 가족들에게 충만하기를 빕니다.



                                      2016년 성탄절에          
                                       제주 교구 감목          
                                               강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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