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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과연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 강우일 주교, 한미 FTA 대한 우려 표명 -

□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이 2012년 3월 15일 발효된다.

□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 기고를 통해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기고문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기관지 경향잡지(4월호-6월호 게재 예정)와 교계 신문(요약본) 등에도 실릴 예정이다.

□ 강우일 주교는 이번에 발효되는 한미 FTA 협정 문서가 한글판만 700쪽이 넘고, 영문까지 합하면 1,500쪽에 이르며 부속서가 별도로 있는 등 협정문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국민들이 방대한 분량의 한미 FTA 협정 문서와 그 내용이 어려워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 아래는 강 주교의 기고를 요약한 내용이다.

□ 가톨릭교회는 일찍부터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만 재산권이 누구에게나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왔다. 교황 비오 10세는 회칙 「사십주년」에서 “재화는 모든 사람의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다수의 개인과 사회 계급들에게 분배되어야만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유재산권은 공동선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보장되고 자유무역의 자유도 사회 정의가 요구하는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때 비로소 정당성을 지닌다는 점을 가르친다.

□ 교황 바오로 6세 역시 1967년 FTA가 아직 거론되지도 않은 시기였지만, 선진국들의 부의 독점과 편중을 엄중히 경고하고 국제교역에서의 경제정의에 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경쟁 시장을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정하고 도의적인, 따라서 인간다운 것이 되게 하는 방법으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 정의가 요구하는 바는 국제 무역에서 경쟁자들에게 적어도 어느 정도 공정하고 평등한 이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민족들의 발전」, 61항).

□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세계의 부가 절대 수치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불평등도 증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 간의 투자도 도덕적인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개발도상국에서의 경제활동을 적절하고 합당한 방식으로 증진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투기적으로 금융 자원을 지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진리 안의 사랑」, 40항)고 회칙에서 가르치고 있다.

□  FTA는 국제교역의 큰 흐름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교역에 장애가 되는 모든 종류의 관세나 규제를 없애고 자유롭게 교역을 추진해 가자는 협정이다. 국가 간의 무역협정(GATT)에서 국가 간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준사법적인 국제무역기구로서 WTO를 출범시키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여러 국가들 간의 총체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미국 등 몇몇 나라는 WTO 같은 다자간 협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자 간이나 소수의 나라들끼리 FTA를 맺고, 협정국 사이에서는 되도록 모든 규제와 장벽을 철폐하고 효과적인 자유무역 실현으로 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이런 FTA는 해당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을 위해 단순한 관세인하나 상품의 수입제한 철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들의 경제를 구조적으로 통합하고 모든 종류의 상품, 비상품(서비스, 지적재산권 등)과 모든 경제활동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민들은 정부가 함부로 규제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장만 확보해 주면 그 다음엔 시장 스스로가 자가발전과 경기의 회복 능력을 갖는다는 신자유주의 이념에 세뇌되었다.

□ 그런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거치면서 시장은 재화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중립적인 현장이 아니고 인간의 욕심과 의지, 개입과 통제 등 다양한 인위적인 요인으로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 우리나라도 OECD 가입 이후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신자유주의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강 주교는 기고에서 멕시코, 볼리비아, 캐나다 등의 사례를 인용하여 FTA 체결 이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WTO 체제로는 회원국 전원이 합의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교역 활성화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자, 소수 국가 사이의 양자 간 협정인 FTA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하여 멕시코와 나프타(NAFTA), 캐나다와 쿠프타(CUFTA)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멕시코는 이후 외형적으로 수출과 투자가 증가하였지만 심각한 양극화로 인한 폐해가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은 85-90%, 수입은 85%가 미국에서 들어오게 되어 미국시장을 위한 노동집약 생산기지로 변하였으며 초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변모되었다. 나프타 이후 멕시코 내부의 산업 연관 체계가 무너져 대기업과 외국 기업들의 수출이 성장을 이끌지만, 이들은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만 활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나프타 발효 후 2002년까지 50여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발표하였지만 같은 기간 농업부문에서 1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 도시 자영업, 농민 등 개방에 취약한 계층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 쿠프타(CUFTA)를 체결한 후 실업급여, 노후연금, 의료와 교육 재정을 대폭 삭감했다. 또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캐나다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볼리비아는 IMF의 지원을 받은 대신 구조개혁을 해야 했고, 공기업 매각 프로그램에 따라 코차밤바 지역의 상하수도 시설을 매각하였다. 운영권을 차지한 벡텔사는 운영권을 따낸 지 단 1주일 만에 수돗물 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하였고, 이것은 대중 봉기를 유발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에 벡텔은 네덜란드와 볼리비아가 맺은 양자 간 투자협정의 ISD(투자자-국가직접소송제)를 근거로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2,6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FTA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국의 경제를 활성화하려던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프타 체결 이후 생산 시설이 멕시코로 이전하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피해가 발생하였고, 농민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극소수의 자본가들과 소수의 거대기업농 등은 반대급부를 챙기는 등 엄청난 고수익을 누리는 반면, 중산층이 무너지고 생활보호 대상자가 급증하게 되었다. 이에 시민들은 1%를 위한 경제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면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 것이다.

□ 강 주교는 기고문을 마무리하면서 “FTA를 맺은 대부분의 나라가 외형상 경제 규모는 커졌을지 몰라도, 극소수의 대기업과 자본가들만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중산층이 몰락하여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무한경쟁의 구도 안에서 안정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국민의 과반수가 임시직과 비정규직에 종사하여 최저한의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위한 복지 혜택도 못 받고, 최저생계비를 버는 것도 힘든 가혹한 빈곤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FTA를 비판하고,

□ FTA가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부작용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에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일 수 있으므로 평범한 국민들도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하고 정치인들이 제대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이 명하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과, 모든 사회 활동에서 최종적인 기준으로 공동선을 가르쳐온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전통에  따라 FTA를 올바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요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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