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농촌본당 신자들이 바빠지는 시기가 돌아왔다. 전국에서 주문 받은 성지가지를 주님수난 성지주일 전에 보낼려면 이번 주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25일 주님수난 성지주일을 앞두고 남원본당(주임 양명현 신부), 모슬포 본당 (주임 이승협 신부), 서귀포본당(주임 부영호 신부), 신창본당(주임 김석순 신부), 표선본당(주임 류충렬 신부), 효돈본당(주임 김형민 신부)등이 13일 부터 18일 까지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성지가지 작업을 실시했다.
작업하는 과정이 간단하지가 않다.
먼저 관할 시청으로 부터 입산 허가를 받아 편백나무를 자르고 운반한 뒤, 신자들이 받아보기 좋은 크기로 아담하게 다듬고, 마지막으로 각 본당에서 제작한 상자에 500-700개씩 담아서 주문한 본당으로 배송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동안 비가 안 내리는 좋은 날씨를 만나야 한다.
금년 주문 받은 성지가지는 남원본당이 128개 본당에서 14만 4000개, 모슬포 본당이 38개 본당 4만 2000개, 서귀포본당이 118개 본당 11만 개, 신창본당이 106개 본당 17만2000개, 표선본당이 93개 본당 10만 3000개, 효동본당이 136개 본당 15만 개 등 총 619개 본당에서 72만 1000개이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산에서 편백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작업은 젊은 남성 신자들이 담당하고, 다듬고 포장하는 일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모두 나선다. 성지가지 작업하는 3-4일은 본당의 모든 신자들이 참여하는 잔치날이다.
18일 방문한 신창본당에서는 이틀동안 신자 40명이 동원돼 채취한 편백나무를 다듬고, 주문 받은 수량만큼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신창본당 김동헌(야고보) 총회장은 '이번 성지가지를 판매해 얻은 이익금은 오래된 사제관을 새로 짓는데 필요한 종자돈으로 삼겠다'며 '성지가지 개당 단가가 300원 정도만 되어도 농촌본당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님수난성지주일엔 전국의 많은 본당에서 제주교구 신자들이 정성껏 다듬어 보낸 성지가지를 손에 들고 예루살렘 입성 예식에 참여할 것이다.
기사·사진 : 가톨릭신문 제주지사 이창준(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