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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기타
2024.03.28 16:05

2024 주님부활대축일 사목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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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부활 사목서한

 

성령의 힘으로 사는 부활의 증인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우 여러분의 모든 가정에 부활의 축복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우리는 열흘후에 총선을 치르게 됩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승리의 기쁨으로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슬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선거가 우리 사회에 남겨주는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각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도 쉽게 아물지 않는 감정의 골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충돌과 갈등 속에서도 항상 화해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며 희망을 놓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죽음의 문화는 직접적으로 인간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 여러 종류의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폭력,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만 이해하는 상대주의는 회의주의와 냉소주의를 낳고, 성숙하지 못한 정당정치는 패거리 문화와 집단 이기주의를 만듭니다. 사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언뜻 죽음이 승리한 것 같은 이 세상에 오늘 부활의 복음이 선포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생명의 원천이신 주님께서 부활하심을 축하하고 축제를 지냅시다. 이날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계시된 날이고 인생의 의문이 해결된 날이며, 세상 피조물이 온전히 새롭게 된 날이며, 구원된 날입니다.

 

그러나 부활이 있기까지는 어두움과 죽음의 고통스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부활의 신비는 오로지 침묵 속에서만 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금요일의 골고타 침묵, 성토요일의 빈 무덤의 침묵, 그리고 부활 아침, 제자들이 놀라서 바라보던 빈 무덤의 침묵 속에서 비로소 부활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금요일은 주님 수난의 날이고 성토요일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들과 연대를 맺으신 날입니다. 이 시간들은 예수님께서 죄악과 폭력으로 얼룩지고 죽음과 고통의 어둠속에 휩싸인 이 세계를 성령의 사랑으로 품어 안으신 때입니다. 진정 부활은 이러한 사랑이 온 세상에 드러난 날입니다. “죽음보다 더한 사랑”(아가 8, 6)이 승리한 날입니다. 우리는 부활의 기쁨을 소리 높여 선포하면서도 침묵 속에 머물러야만 부활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를 압박해 오는 현실이 주고 있는 침묵 속에 깊이 잠겨야 주님의 부활을 참으로 이해할 수 있고 오늘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글로벌 경제위기 앞에 희망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협적인 국제 무역 경쟁으로 암울한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세계시장의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 사회 역시 제2공항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또한 제주의 아름다운 생태환경의 지속적인 보존이라는 가치와 일관된 지역 이기적인 주장이 맞서며 공동체화합을 저해하는 현실이 제주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어 미래 평화 정착에 대한 희망이 요원한 실정입니다.

 

인간은 죄 많고 부족하며 한계가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개인이나 집단이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죄 많은 인간은 가치들의 서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선과 악을 뒤섞어 놓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참된 형제애가 자랄 수 없고 개인이나 집단이 자기 힘만을 키워나감으로써, 민족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 역사 전체는 언제나 어두움의 세력에 저항하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과 더불어, 타락한 인간 활동을 정화시키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이 세상을 파괴하고 있는 어둠의 세력에 대해 눈 감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악과 죽음, 끝나지 않는 전쟁과 갈등에 대항하고, 인간적인 이기심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합시다. 부활이 가르쳐주는 위대한 진리는 우리가 죽은 후에 새롭게 산다는 것이 아니라, 성령과 함께 부활의 힘으로 지금 여기서부터 새롭게 산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부활입니다. 그래서 한 개인만이 아니라 가정과 본당 공동체 전체가 이 부활의 삶에 참여하기 바랍니다. 이러한 공동체야말로 부활을 증거하는 성령께서 머무시는 궁전이 될 것입니다. 이제 지난날의 묵은 역사는 십자가로 끝내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성령의 힘으로 사는 부활의 증인이 되길 다짐합시다.

 

2024년 부활절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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