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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교회는 어디로?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상식화되고, 코로나 이후의 사회생활, 직장생활에 많은 변화가 예측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도 온라인 원격 수업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직장생활에도 온라인을 통한 재택근무가 새로운 시대의 자연스러운 트렌드가 될 것 같습니다. 굳이 긴 시간 들여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물리적으로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원격 회의나 온라인 결재를 통해 상당한 부분의 업무 추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업무 외에 부담으로 다가오던 직원들 사이의 의례적 행사나 인간관계, 관행적 회식도 최소한으로 줄어들어 긍정적인 측면도 감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교회에도 예기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상당한 기간에 걸쳐 본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 거행과 집회와 행사, 신앙 강좌 등이 중단되니 교회의 신앙생활도 큰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교구와 본당에서 온라인을 통한 미사 참례가 부득이하게 도입되고 사목자들은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교우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화면을 통해서라도 연결 고리를 만들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이러한 사목자들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이고, 새로운 사목적 방법론이 개척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코로나 이후에도 물리적으로 성당에 나갈 수 없는 이들, 특수한 사정으로 외출을 못하는 이들, 장애를 지닌 이들, 병상의 환자들은 영상을 통해서나마 하느님께 다가가고 교회공동체에서 완전히 소외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온라인 미사를 본 교우들은 비록 성체는 모시지 못해도 집에서 다양한 사목자들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좋은 강론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듣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상사태에 처한 교회가 잠정적으로 제한적으로 선택한 비정상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초대교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따른 이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모여(사도. 2,46)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나누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사도. 2,42)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공동체의 구성원이고, 우리의 정상적인 전례는 혼자서 하느님께 바치는 개인적인 기도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도입니다. 마음만 하나 되는 것이 아니라 몸도 바로 옆에 있으면서 하나 되어 함께 바치는 공동의 찬미요, 기도요, 축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최근 4월17일 강론에서 사도들과 제자들이 예수님과 절친(Familiarity)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 안에서였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도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주님과 절친이 되어 가야 합니다. 사도들은 함께 먹고 함께 대화하고 함께 깊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주님과 절친이 되려면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절친’에 빵이 없고, 공동체가 없고, 성사도 없다면 그건 위험한 일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하느님 백성과 유리되어 자기 혼자만을 위한 영지주의적(靈知主義=Gnostic) 절친에 머물러버립니다. 사도들이 주님과 맺은 ‘절친’은 항상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의 상징인 식탁에서, 성사와 빵과 함께 있습니다. 

교종께서는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다양한 홍보수단을 통하여 종교적인 소통을 -미사까지도- 시도해 왔으나, 실제로 함께 있지는 못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신자들이 신령성체를 하며 집전 사제나 주교와 영적으로 연결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거기 함께 있지는 못한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 자체가 ‘교회’는 아닙니다. 위기 상황에서 잠시 주님께서 이런 형태를 허락하시겠지요. 그러나 이상적인 교회는 항상 백성과 함께, 성사와 함께 존재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어쩔 수 없이 가상현실을 통하여 주님과의 절친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거기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터넬은 벗어나야 합니다. 사도들이 주님과 이룬 절친은 영지적, 가상적,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하느님 백성 공동체의 일상생활과 성사생활 안에서 이룬 실재입니다.”

사람은 영혼과 육체가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이 육신 안에 육화되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개인이 집에서 혼자 동영상을 통하여 다른 곳에서 거행되는 미사에 참여하는 행위는 개인적으로 영적으로 드리는 기도요, 신심행위일 수는 있어도 우리의 존재 전체가 하나로 모인 공동체의 온전한 예배와 전례가 되지는 못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의 교회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로 우리 신앙생활에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별생각 없이 반복해 온 신앙생활의 외적인 관행을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가상현실의 예배와 공경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진솔하게 하느님께 다가가고 정의를 실천한다면 구원 받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잠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의인 몇 사람만을 선택하여 축복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브라함과 모세를 부르시고 축복하신 것은 그들을 통하여 백성 모두, 가장 보잘것없는 작은 이들까지 함께 구원받게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당신 백성으로 부르신 것은 그들을 통하여 모든 민족의 구원을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것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시고 모두가 영원한 생명을 풍성히 누리게 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축복을 받는 것은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코로나로 인하여 잠시 공동체를 떠나 개인적인 신심생활이나 기도생활로 하느님께 나아갔던 이들도 서둘러 공동체에 복귀해야 하겠습니다. 사회적인 거리 두기로 소원해졌던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일치와 나눔을 심화하고 활성화하며 형제자매들과 함께 더욱 강하고 끈끈한 형제적 연대와 우애를 배가하여야 하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를 풍성히 맛보시기를 축원합니다.

2020. 4. 29.     
천주교 제주 교구 감목     
강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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